알바천국에서 세차원을 모집하는 광고를 봤다. 채용 조건 중 하나가 신장 175 이상이다. 내가 세차업을 하고 있지 않았다면, 왜 키를 요구하는지 의아했겠지만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세차원을 모집하는 그 세차업체는 지금 내가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세차를 한다.
세차를 셀프로 하지 않는다면 선택지는 4가지다.
첫째는 주유소에서 주유 후 받은 쿠폰으로 하는 자동세차다. 동굴 같은 터널로 들어가 기어를 중립에 두고 움직이는 대로 놔두면 된다. 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점을 보자면, 차체에 잔스크레치가 난다는 것이다.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자동세차를 자주 하면 차체의 광도는 떨어진다. 그리고 세세한 부분까지는 닦지 못하므로 후작업이 필요하다. 당연히 내부세차는 불가하다.
둘째는 이면도로 어귀에 있는 '손세차장'에 가는 것이다. 2~3명이 달라붙어 순식간에 세차를 해준다. 업체에 따라 다른 퀄리티이므로 가봐야 안다.
셋째는 'OO워시' 등의 간판이 붙은 디테일링샵에 가는 것이다. 손세차장에 비해 가격은 좀 비싸지만 세세하게 세차를 해준다. 단, 세차를 맡기고 1~2시간을 보내고 차를 찾아가야 한다.
넷째는 주로 야간에 하고 가는 '월세차'다. (지하) 주차장에 있는 차를 야간에 세차를 하고 가는 것이다. 매주 진행한다면 깨끗한 차를 유지할 수 있다. 요금이 저렴하므로 퀄리티는 좀 떨어진다.
끝으로 지금 내가 하는 출장세차가 있다. 세차가 필요할 때만 차가 있는 곳으로 불러서 하는 세차다. 요금은 디테일링샵보다는 싸고, 손세차장보다는 비싸다. 세차를 맡기고, 기다리고, 찾아올 필요 없이 집에 누워 있으면 필요한 시간에 와서 하고 간다.
이렇게 업체에 따라 나눌 수도 있지만 세차의 방식으로 나눌 수도 있다. 세차 도구에 따라 최소한의 물과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워터리스'세차, 고압의 물을 쏴서 하는 '고압수 세차', 바닥에 물이 흐르지 않을 만큼의 수증기를 품은 '스팀세차'가 있다. 자동차가 받는 스트레스를 보자면 워터리스> 스팀세차> 고압수 순이다.
앞서 알바천국에서 모집한 세차원은 '월세차' 직원을 모집하는 것이다. 월세차는 요금이 저렴하므로 하룻밤에 여러 대를 세차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은 '워터리스'로 한다. 말이 좋아 '워터리스'지 그냥 물 없이 한다는 말이다. 그 모집광고에서 키 175를 요구한 것은 차체의 윗부분을 닦을 때 키가 커야 사다리 없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차체가 높은 SUV, RV 차량은 사다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승용차는 키가 크다면 사다리 없이 닦아낼 수 있다. 빨리 해야 하는 월세차, 야간세차에는 필요한 조건이다.
나의 경우는 그 정도 키가 아니라서 사다리 없이 차체 윗부분을 닦으면 손이 닿지 않아 가운데 부분이 닦이지 않는다. 그래서 필수적으로 사다리가 필요하다. 즉 사다리는 내 짧은 다리를 보완해 주는 고마운 존재다. 이 일을 한 지 4년 동안 4개의 사다리를 구매했다.
세차용 사다리의 조건은 혹여 차체에 부딪히더라도 스크레치가 나지 않는 플라스틱 재질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흔히 보이는 알루미늄 재질은 제외된다. 또한 밟고 올라서서 미트질을 해야 하므로 안정적으로 버텨야 한다. 이 조건에 부합하는 아래의 사다리를 사서 3년간 아주 잘 사용했다.
이 사다리를 잘 사용하다가 감일동 신축 상가 지하에서 잃어버렸다. 세차 후 깜빡 두고 갔는데 두 시간 후 와보니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동안 여러 차례 깜빡하고 두고 왔어도 항상 두고 온 자리에 있었다. 심지어 2일 뒤에 가도 그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없다. 누가 치웠는지 심증은 가지만 의자 하나 때문에 CCTV를 보자고 할 수도 없기에 찾는 건 포기했다.
어차피 사다리는 필요하기에 이번엔 알리에서 알아보고 구매했다.
역시 알리였다. 이 사다리는 겉보기엔 튼튼해 보이지만 사용해 보면 견고하지 못하다. 밟고 올라서서 미트질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한쪽 발로 중심이 이동하면 삐걱거린다. 한 번은 벌어져 분해된 적도 있다. 큰 만족 없이 그럭저럭 조심해서 사용한다.
SUV차량의 경우엔 사다리를 이쪽저쪽 옮겨가며 해야 하기에 코스트코에서 한 개 더 구매했다.
이 사다리는 다리가 길어 레이 뒤쪽에 세로수납이 어려워 다리 4개를 쇠톱으로 잘라 억지로 수납하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