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0 댓글 1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비와 잡생각

출장세차와  홈(가구) 클리닝

by 양우정 Jan 20. 2025

출장세차는 날씨에 따른 변수가 많다. 매우 덥거나 추워서 힘든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비와 눈에 따른 변화가 무쌍하다. 휴대폰에 일기예보 현황을 띄워놓고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한다. 일기예보를 한번 확인하나 백번 확인하나 내 뜻에 따라 예보가 바뀌지는 않을 텐데 자꾸만 보게 된다. 


내일모레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으면 3일 전인 오늘부터 예약이 뚝 끊긴다. 간혹 차량 운행 계획이 없는 가운데 지하주차장에서 미리 세차하려는 고객이 있기는 하지만 그리 많지는 않다. 또한 외부세차가 아니라 내부만 한다거나 극심한 오염으로 한시바삐 내부를 클리닝 하려는 고객, 에어컨을 틀면 냄새가 나서 에바클리닝을 하려는 고객도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바탕이 되는 내외부 세차가 뚝 끊기는 것이다.


하루정도 예약이 없다면 '넘어진 김에 쉬어가자'라는 생각으로 푹 쉴 수도 있다. 그러나 며칠에 걸쳐서 비가 온다거나 퐁당퐁당 격일로 비가 온다면? 쉬는 게 고역이다. 그야말로 개점휴업, 실업자 신세가 되는 것이다. 신경은 날카로워지고, 딴 일을 해야 하나 하며 잡생각에 잠긴다. 특히 개업 초창기에 매우 힘들어했다. 5년 차에 접어든 지금은 평균적인 흐름을 알고 있기에 그렇게 조급해하지는 않는다. 


비가 오는 날이나 세차예약이 없는 날에 마냥 놀아선 안된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알아보았다. 주문이 없는 날은 블로그, 당근, 숨고, 네이버스마트플레이스, 크몽 등에 포스팅을 하여 홍보도 하지만, 맘 편히 홍보만 할 수는 없다. 당장 이 달의 수입에 구멍이 날 거라는 걱정 때문이다. 비를 마냥 미워할 수만도 없는 것이, 비가 오고 나서 날이 개면 주문이 쏟아져 들어온다. 특히 요즘은 황사가 섞인 비가 내리기 때문에 비를 맞은 차들의 외관은 가관이다. 그래도 비 예보로 비가 오지 않는 2일 전부터 예약이 없거나, 비 내리는 당일에 주문이 없는 것에 대한 대책이 필요했다.


대책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출장세차를 주업으로 삼고 있으므로 부업이어야 한다.

그 부업은 비가 오는 날, 세차 예약이 없는 날 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얽매여 있는 일은 곤란하다. 


여러 고민 끝에 매트리스, 소파, 카펫 청소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장비를 구매하고 교육을 받고 사업자 등록도 진행했다. 드디어 비가 오는 날 매트리스 클리닝 오더가 들어왔다. 마치 출장세차 교육을 받고 첫 세차를 할 때와 같은 두려움과 기대로 가슴은 쿵쾅쿵쾅 뛰었다. 어떻게 진행했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지나고 나는 고객에게 감사합니다라며 현관문을 닫고 있었다. 


한참 진드기 박멸이 이슈로 떠오를 때라 스팀으로 침구를 청소하는 것에 사람들이 관심이 많았다. 진드기 박멸에는 스팀이 최고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침구 클리닝용 스팀 청소기는 없어서 못 팔던 때였다. 몇 차례 매트리스와 소파, 카펫을 청소하고 나자 자연스럽게 홈클리닝과 출장세차를 비교하게 되었다. 


세차 대비 홈클리닝의 장점이 먼저 떠올랐다. 

첫째, 작업환경이 쾌적하다. 세차는 추울 때 추운 데서 일하고 더울 때 더운 데서 일한다. 가끔은 관리사무소나 경비원이 와서 나가라고도 한다. 반면에 홈클리닝은 집안에서 일한다. 따라서 여름엔 에어컨이, 겨울엔 보일러가 틀어져 있다. 


둘째, 장비가 단출하다. 미세먼지와 집먼지 진드기까지 흡입하는 강력한 건식 청소기, 침구용 스팀 청소기, 얼룩제거 약제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세차는 장비만으로 레이차량이 꽉 찬다. 


셋째, 생색내기 좋다. 나는 겨울에도 몸을 움직여 일을 하면 땀이 난다. 맵지 않은 음식을 먹어도 콧잔등에 땀이 난다. 열심히 청소기로 매트리스 위를 청소하면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고, 고객이 보기엔 참으로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세차는 내가 땀을 흘리든, 숨을 헉헉 내쉬며 흙먼지를 스팀과 미트질로 닦아내든 현장에 없는 고객은 알 길이 없다. 오직 결과만 따질 뿐이다. 따라서 홈클리닝은 결과물이 좀 모자라더라도 고객은 이해를 한다.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끝으로, 시간 대비 수입이 괜찮았다. 물론 세차에 비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주업은 출장 세차다. 홈클리닝은 세차대비 오더수가 턱없이 적다. 게다가 비 오는 날만 골라서 고객의 문의가 오는 것도 아니다. 


공부를 많이 하면 공부가 늘고

운동을 많이 하면 운동이 늘고

요리를 많이 하면 요리가 느는 것처럼

무언가를 많이 하면 할수록 늘게 된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라

더 이상 걱정이 늘지 않게


-걱정하지 마라, 글배우(김동혁) 시,  걱정하지 마라 P30. 도서출판 답


위의 시 4행에 

세차를 많이 하면 세차도 느는 것처럼

가끔 하는 홈클리닝은 고객도, 실력도 좀체 늘지 않았다.

이전 06화 여명세차, 설중세차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