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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하나에 환불과

별 하나에 속 쓰림

by 양우정 Jan 06. 2025

세차를 마치면 어플에서 완료 처리를 한다. 완료처리를 하려면 고객차량의 넘버와 내 차량이 같이 나오는 사진을 첨부해야 한다. 그렇게 완료 버튼을 터치하면 고객에게는 '평가를 하시겠습니까?'라는 문자가 발송되고, 고객이 문자를 터치하면 별의 개수와 간략하게 후기를 남길 수 있는 페이지로 이동하게 된다.


만족한 고객이라면 별 다섯 개와 만족하는 이유를 적게 되고, 불만족한 고객이라면 별 한 두 개와 불만 사유를 적게 된다. 대부분의 고객은 평가를 하지 않는다. 세차전후 사진을 보내드리면 '감사합니다'라고 답을 하거나,  차로 와서 같이 결과를 둘러보고 '수고하셨습니다'라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도 배달로 음식을 먹으면 후기를 남기라는 알림을 받지만 굳이 들어가서 그 음식점을 평가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 알림을 받고 앱에 들어가 별의 개수와 사유를 적는다는 것은 적극적인 의사표시 행동이기 때문에 긴장하게 된다. 1년을 기준으로 볼 때 분기에 한 번 정도는 불만족 후기를 받게 되는 것 같다. 불만족 후기를 분류해 보면, 나의 실수나 실력부족, 고객의 오해, 고객의 과도한 기대치 등이었다.


나의 실수나 실력부족이라면 다시 가서 지적받은 부분에 대해 다시 시공을 해드린다. 그러나 고객의 오해나 과도한 기대치는 응대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차량에 대한 시공을 마쳤기에 이후에 내가 하는 말들이 고객에게는 면피용 변명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고객과 언쟁을 할 수는 없으니, 사과하는 선에서 마무리한다.


얼만전에 악플이 하나 올라왔다. 고객은 현장에 없고 차량에 차키를 두었다고 했다. 차를 찾고 고객에게 전화를 하니 잘 부탁한다고 했다. 시공을 마치고 전후 사진을 보내드리니 고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사진에서 보니 뒷유리 좌측 상단의 흰 얼룩은 안 지워지나요?"

"네 그 얼룩은 지워 보려 했는데, 지워지지 않네요. 주차장 천장에서 떨어진 낙수(시멘트물) 같습니다. 낙수는 일반 세차로는 어렵고, 다른 시공을 하셔야 합니다."

"... 그래요?...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약간 꺼림칙한 마음으로 장비를 챙겨 자리를 벗어났다. 그날 저녁에 고객으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다. 퇴근 후 차량을 살펴본 모양이다.


"사장님! 제가 차량을 살펴봤습니다. 내부는 만족합니다만 외부는 좀 실망스럽네요. 집에서 끓인 물 가져와 아까 말하신 낙수물 지우니 잘 지워지는데요?"

"지워진다니 다행입니다만, 지웠다는 부분을 내일 다시 한번 살펴보세요. 낙수 맞은 지 얼마 안 됐다면 깨끗이 지워졌겠지만,  묵었다면 내일 다시 하얗게 올라올 겁니다."

"네. 그리고, 사실 저희 어머니가 사장님 세차하시는 거 지나가면서 보셨다고 하더라고요."


어머니께서 지나가면서 봤다는 게 무슨 말일까? 묻지는 않았다. 아마도 세차 공정 사이에 힘들어 잠시 차에 앉아 쉴 때 지나가신 듯하고, 그걸 본 후 '세차는 안 하고 앉아있더라'라고 전달했으리라 짐작한다.


"그리고 와이퍼 아래 낙엽도 안 치우셨네요?"

"네? 그 부분에 낙엽이 많이 있어서 신경 써서 다 치웠는데요?"

"그럼, 다 치우셨는데 낙업이 다시 날아와서 여기 있다는 거예요? 여긴 지하 주차장인데요?"


안쪽 깊숙이 있던 낙엽이 나왔을 수도 있고, 미처 보지 못한 걸 수도 있다. 다만 눈에 떡하니 보이는 낙엽을 내가 왜 안 치웠겠는가?


이쯤 되면 원인이 어디에 있든, 고객은 짜증이 제대로 난 상태다. 나는 더 이상 언쟁을 벌이고 싶지 않다.

"고객님 일단 죄송합니다. 그리고 시공요금을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네, 내부는 만족하니 외부만 환불해 주세요. 본사에 따로 클레임은 걸지 않겠습니다"

나는 이후 본사에 연락해서 내외부 시공금액 전액을 환불 처리했다. 그렇게 하는 게 속이 편할 듯해서다.

그러나 아침이 되니 악플이 떡하니 올라와 있다.


별 한 개와

"XX(욕설), 안 지워진다더니 X나 잘 지워지네. XX(욕설)"


후... 별 하나에 속이 쓰리다. 돈은 돈대로 돌려주고 욕은 욕대로 먹었다. 어쩌랴. 꾹 참고 연락은 하지 않았다. 다만 억울한 악플이니 본사에 전화해서 그 후기를 지워달고 요청했다. 그런데... 본사에선 고객의 동의 없이는 삭제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비속어, 욕설을 쓰면 직권으로 삭제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강변했지만, 그래도 안된다고 하고, 전액 환불을 해줬으니 없었던 일로 하고 삭제하면 되지 안느냐고 해도 그럴 수 없다고 한다.


고객도, 가맹 본사도 내 편이 아니다. 요즘 같아선 14살 먹은 꽃빵(강아지)만이 내편인 듯하다. 고객 후기란에 욕설을 놔둘 수는 없어서 다시 고객에게 전화해서 삭제 허락을 받고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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