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는 없다.
100명의 사람이 있으면 100개의 성격이 있듯이 차량의 오염도 역시 제각각이다. 차량의 오염도에 따른 차주들의 대응도 모두 다르다. "제차는 깨끗합니다."라고 말씀을 해도 나는 믿지 않는다. 깨끗함의 기준은 모두 다르고 그동안 여러 고객을 만나는 동안 깨끗하다고 말하는 고객의 차가 정말 깨끗한 적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제차가 너무 더러워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고객도 있다. 이 역시 믿지 않는다. 그러나 본인 차가 깨끗하다고 말하는 고객보다 더럽다고 말하는 고객은 두렵다. 정말 더러운 꼴은 못 보는 성격이어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자기가 보기에도 너무 더러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살짝 곰팡이가 있어요"라고 고객이 먼저 말한다면 십중팔구는 차량 전체에 곰팡이가 퍼진 것이다. 차는 비가 와도 물이 새지 않는 밀폐된 공간이다. 그런 공간에서 어느 한 부분만 곰팡이가 피고 그 작은 부분만 서식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곰팡이가 피거나 바닥에 오염이 눌어붙어 있거나 묵은 먼지가 켜켜이 쌓여 있다면 일반적인 내부 세차로는 불가능하다. 물론 그 정도까지 방치하고 차량을 운행한 고객의 성격이라면 내부 세차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친 오염의 차량을 '클리닝'이 아닌 '일반적인 세차'의 가격으로 한다고 했을 때, 직접 세차하는 입장에서 어디까지 할 것인가가 문제다. 컵홀더 바닥에 녹아서 눌어붙은 초콜릿은 놔두고 윗부분만 닦고 말 것인가? 안전벨트를 쭉 뽑아보니 곰팡이와 여기저기 얼룩이 있는데 젖은 타월로 일시적으로 곰팡이만 닦아낼 것인가? 무엇은 하고 또 다른 무엇은 하지 말아야 하는가? 난감하다.
이런 고민은 대부분 현장에 도착해서 벌어진다. 누가 봐도 오염도가 극심해 일반적인 내부 세차로는 어려운데 고객은 4~5만 원짜리 내외부스팀세차를 주문한 것이다. 그런데 극심한 오염의 정도가 애매하다. 그러나 분명한 선은 있다. 강아지 털이 바닥에 촘촘히 박혀 있거나, 곰팡이가 피어있거나, 시트에 큼직한 얼룩이 가득한 때는 클리닝을 해야 한다. 고객에게 설명을 드리면 이해는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할 수 있는데 까지만 해주세요'라고 말씀하신다. 할 수 있는 데까지가 어디까지일까? 그래도 할 수 있는데 까지 한다. 이 경우는 어느 한 부분에 너무 집중하면 안 된다. 전체적으로 손이 가지만 부분 부분에 너무 시간을 들이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일반적인 세차와 시간을 맞춘다. 세차하는 입장에서는 불만족스러운 결과지만 차주는 대만족을 하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하려면 의자를 떼내고 바닥을 드러나게 하여 내부 대청소를 해야 한다. 차 내부 바닥의 카펫부터 플라스틱, 가죽으로 이루어진 도어, 직물로 된 천장까지 청소기로 먼지를 흡입하고 스팀으로 소독해야 한다. 얼룩이 진 부분은 약품 처리를 해서 지운다.
일반적인 스팀 내부 세차가 1시간 작업이라면 내부 클리닝은 3~4시간 정도 걸린다. 요금도 일반세차보다 4배 정도 비싸다. 세차하는 입장에서는 이 금액이 적절하다고 생각되지만, 차주입장에서는 비싸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차량이 이 정도로 오염이 됐다면 1~2년간 내부세차를 하지 않은 것이다. 그동안 하지 않은 내부세차 가격을 일시불로 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