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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우정 Dec 16. 2024

겨울철 염화칼슘 제거

최고의 세정제는 물이다.

형식이 내용을 규정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일을 처음 할 때는 가장 기본적인 것을 반복숙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장 세차 창업을 위해 2주간 가맹 본사에서 교육을 받을 때, 세차의 질보다는 순서에 관한 교육이 이루어졌던 이유다. 그렇게 교육을 받았다고 한들, 실제 주문이 들어와 세차를 시작하면 혼자서 우왕좌왕하게 된다.  


'세차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는 법은 없다. 세차하는 방법은 천차만별이고 차량의 상태 또한 그렇다. 우선 외부를 보자면 신차는 매끈하다. 먼지만 살짝 얹혀 있을 뿐이다. 연식이 오래된 차라고 해도 관리를 잘해서 깨끗한 차도 있다. 반면에 최근 구입한 차인데도 외부에 오염이 심한 경우가 있다. 여기서 오염이라 함은 세차로는 안 지워지는 오염을 말한다. 세차로 안 지워지는 오염은 주차장 천장에서 떨어지는 시멘트 섞인 물을 맞고 그대로 자국이 남는 것, 앞바퀴 휀더 부분에 알알이 박힌 타르 등이다. 


계절별로 차량의 상태도 다르다. 봄에는 꽃가루가 뿌옇게 내려앉은 차량의 주문이 많아진다. 꽃가루가 쌓인 채로 상당기간 운행을 하면 도장면에 찰싹 달라붙어서 세차하기가 힘들어진다. 설상가상으로 각종 틈새마다 꽃가루가 숨어있다. 여름이 되면 차량 전면과 백미러 앞쪽에 벌레사체가 잔뜩 묻은 차량이 많다. 불쌍한 시골 벌레들은 서울에서 내려온 차의 헤드라이트에 이끌려 달려들었다가 온몸이 터진다. 날벌레의 터진 몸에서는 단백질이 흘러나와 접착제처럼 도장면에 달라붙는다. 벌레의 복수다. 


여름휴가철이 되면 차량 내부에 모레가 많아진다. 모레는 치워도 치워도 계속 나온다. 그나마 차량의 상태가 괜찮은 계절인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면 차량 옆, 하부에 염화칼슘이 하얗게 달라붙은 차들이 많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4번을 겪고 나니 각 계절별, 오염도별 세차에 대한 노하우가 생겼다. 공통적으로는 스팀분사량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에 청소학원에서 들었던 말이 맞았다. 강사가 말하길 "최고의 세정제는 물이다."라고 했는데, 과연 맞는 말이었다. 물은 위험성이 없으면서 온도 조절, 양 조절만 잘하면 그 어떤 세정제보다 낫다. 


예를 들면 차량 내부 쪽 유리창을 닦을 때, 처음엔 유리세정제를 사용했다. 유리세정제는 잔사가 남지 않고 약간의 세정약품이 들어있어 일부러 사용했다. 그러나 얼마 후 세정제를 쓰지 않고 물을 사용한다. 차량 내부 유리창은 대부분 필름 썬팅이 되어 있기 때문에 유리면이 아니라 필름면이다. 그 필름의 표면에 세정액으로 빡빡 닦으면 필름이 망가진다. 한두 번이야 괜찮겠지만 자주 하면 필름이 벗겨지며 하얀 가루가 날리게 된다. 


얼마 전 폭설이 온 뒤로 염화칼슘이 잔뜩 묻은 차들의 주문이 많아졌다.  세차 초보일 때, 염화칼슘? 그거 소금 아닌가? 하며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일반적인 방식으로 스팀세차를 해도 염화칼슘 특유의 번들거림과 흰색 얼룩이 남았다. 타월로 아무리 닦아도 위치 이동만 될 뿐, 얼룩은 사라지지 않았다. 물론 때국물과 오염물들은 말끔히 제거된 상태다. 내차라면야 이만하면 됐다. 하겠지만, 비용을 지불한 고객의 입장에서는 덜 닦인 거다. 

어쩌나? 시간은 지체되고 얼룩은 안 지워지고, 갖가지 방법으로 시도를 했다. 시간을 잡아먹지 않으며 염화칼슘을 깔끔하게 지우는 방법이 없을까? 제일 좋은 방법은 고압수로 비스듬히 쏴서 도장면을 닦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출장세차를 하고 있다. 물을 마음껏 쏴댈 수는 없는 환경이다. 여러 경로로 방법을 찾아보니 에탄올이 함유된 워셔액을 세차 전에 고루 도포하고, 염화칼슘이 녹기를 기다려 세차를 하면 된다고 한다. 그 방법대로 하니 과연 괜찮았다. 그러나 오염이 극심한 경우는 이 방법도 무용지물이었다. 그리고 그리고 차량 한 대당 에탄올 워셔액이 1리터가량 사용됐다. 그렇게 하루에 4대라면? 이 양도 무시할 양은 아니었다.


순서를 바꿔본다. 물의 양을 늘려 최초 도장면의 이물질을 제거한다. 차량 전체를 한 바퀴 돌며 틈새의 때국물도 고압의 스팀으로 쏘고 염화칼슘이 집중된 부위는 여러 번 스팀을 옆으로 분사하여 아래로 흘러내리게 한다. 이 공정으로 이물질의 80%, 염화칼슘의 80%가 제거된다. 이후에 에탄올 워셔액을 번들거리는 부분에 분사한다. 끝으로 물의 양을 줄인 스팀을 쏘며 미트질을 한다. 내가 찾은 최적의 방법이다.


출장스팀세차를 검색해 보면, 광고 영역 아래쪽에는 경험담이나 블로그 글 들이 많다. 깨끗해져서 좋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 출장스팀세차는 도장면에 스크레치를 남기니 하지 말 것을 권한다. 이것은 명백히 '일반화의 오류'다. 어떤 세차든 잘못된 방법으로 하면 차량에 손상을 입힌다. 즉, 세차를 하는 방법과 그걸 시공하는 사람의 기술의 문제이지, 출장 스팀세차는 무조건 나쁘다? 는 아닌 것이다. 물론 세차 중의 최고의 세차는 고압의 물을 마음껏 쏘는 고압수 세차다. 하지만 차를 맡기고, 찾고, 혹은 직접 하기 어려운 분들이 있다. 


내 고객의 절반 이상은 주부, 직장여성, 노인분들이다. 주부는 육아에 지쳐 세차할 힘이 없고, 직장여성은 빠빠서 세차할 시간에 차라리 쉬는 게 더 낫고, 노인분들 역시 직접 세차하기엔 기력이 달린다. 주문을 하면 차가 있는 곳으로 가서 세차를 해준다. 얼굴을 볼 일도 없다. 원격으로 차 문만 열어주면 내부까지도 한다. 이런 분들에게 출장스팀세차는 괜찮은 선택지다. 


출장 스팀세차는 고압수를 사용할 수는 없지만 20 바의 압력과 180도의 온도로 초벌 세차를 한 후 디테일하게 닦아내면 차량 대미지는 최소화된다. 염화칼슘의 경우 하얗게 묻은 먼지처럼 보이지만 결정체로 되어 있어 그냥 문질러 대면 차량 도장면 손상은 당연하다. 그러나 올바른 방법으로 하면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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