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문 닫힘 예방법
세차할 차량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 고객이 원격으로 열어 준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열리지 않았다. 고객은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왔고, 원격으로 열리는 시스템 서버가 독일에 있는데 그쪽 서버가 불안정해서 열리지 않는다고 한다. 아! 이런 일도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결국 퀵으로 차문을 열어주는 업체에 전화를 했고, 10분 후 오토바이 한 대가 도착했다. 열쇠 기사는 007 가방을 열고 5분 남짓 이리저리 차문의 열쇠구멍에 우아하게 작업을 하더니 문을 열어주고 6만 원을 챙겨 쌩하고 돌아갔다. 차 문이 열리자 나는 1시간 반 동안 땀을 뻘뻘 흘리며 세차를 했고, 45000원을 획득했다. 5분에 6만 원 VS 90분에 45000원!!! 현타가 오는 순간이었다.
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날이었다. 그날은 세차 일정이 여유롭게 잡혀 있었지만 대부분 단골 고객들이라 빨리 가도 할 수 있는 걸 알기에 좀 당겨서 하기로 마음먹었다. 한 대를 마치고 나서 다음 차는 1시 반인데, 12시에 하기로 했다. 점심은 편의점 크림빵으로 때우기로 하고, 고객의 집 근처 편의점 앞에 차를 세웠다. 우유, 크림빵으로 사야 할 것이 정해져 있기에 시동을 끄지 않고 편의점에 들어갔다 나왔다. 그런데 차문이 열리지 않는다. 분명 시동이 걸려있는데 문이 잠겼다. 30년 동안 운전하면서 난생처음 겪는 일이다.
우유와 크림빵을 대충 주머니에 구겨 넣고 차를 살폈다. 뒷문, 조수석, 트렁크 모두 당겨봤지만 열리지 않는다. 여유롭던 나의 전두엽에 지진이 나고 있다. '퀵으로 열쇠 열어주는 사람을 불러야 하나?' 그런데 휴대폰이 차 안에 있다. 게다가 다음 차의 요금은 45000원이다. 6만 원을 지불하기엔 억울하다.
결국 나의 선택은 택시 타고 집에 가서 보조키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먼저 편의점에 들어가 보조키를 가져올 동안 차량을 움직이지 못하는 사정을 설명하고 나오니, 편의점 사장님이 따라 나오며, 왜 그렇게 된 건지 말해 달라고 한다. 자기도 겪을지 모르니 알려 달란다. "저도 처음 겪는 일이라서 왜 그런 건지는 모르겠네요"
큰길로 뛰어나왔다. 휴대폰이 없으니 택시 호출도 못하고, 손을 들어 택시를 잡아야 한다. '시간이 좀 걸리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데 '빈차' 등이 켜진 택시가 여러 대 지나간다. 손을 들어 택시를 잡았다. 택시를 타니 기사님은 손님이 너무 없다고 한다. 돈 있는 사람들은 해외로 가고, 돈 없는 사람들은 일을 하고, 어중간한 사람들은 나오면 돈이니, 돈 아까워 집밖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기사님의 경제분석에 의하면 나는 '돈 없는 사람'이었다.
'이 기사님 참 용하시군!'
그렇게 보조키를 가져와 차문을 열었다. 손가락 두 마디 길이의 쇠붙이에게 감사하는 순간이다.
12시에 당겨서 하려던 성급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1시 반에 다음 차를 시작하게 됐고, 그날은 꼼짝없이 일정표 대로 일과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대책을 세워야 했다. 수리를 해야 하나? 하고 생각하다가 다음의 문장을 인쇄해서 운전석에서 바로 보이는 A필러에 붙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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