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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와 이해

임대료보다는 싸니까

by 양우정 Mar 03. 2025

식사를 하고 나와 운전석에 앉아 시동니 공기압 경고등이 들어왔습니다. 얼마 전에 타이어 공기 주입을 했는데 '뭐지?' 하며 차에서 내려 타이어들을 살펴봅니다. 아... 운전석 쪽 타이어가 주저앉아 있습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타이어를 교체한 지 얼마 안 되어 이런 일이 생겼습니다. 타이어가 펑크 나면 부디 옆면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바닥면에 펑크가 났다면 때우면 되지만 옆면은 타이어 교체를 해야 하니까요. 다행히 보험사 긴급출동 서비스 기사님이 오셔서 확인 결과 바닥면에 박힌 못이 빠져나가면서 바람이 모두 빠진 것이었습니다. 당황스럽지만 빨리 해결하고 다음 차를 하러 갑니다.





아파트 지하에서 스팀세차를 하다 보면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주차를 하고 지나가다 스팀을 '쏴'하고 쏘며 세차하는 모습을 보며 명함을 달라고 하는 분(그렇게 명함을 받아간 분이 50명이라면 한분정도 연락이 옵니다.)도 있고, 제 차량에 설치된 장비를 한참 살펴보는 분도 있습니다. 가끔은 대뜸 따지는 분도 있습니다.


"지하에서 이렇게 세차를 하시면 어떡해요?"

"요즘은 세차장 인허가가 어려워서 다들 이렇게 출장세차를 불러서 세차를 하십니다."

"그래도 세차는 세차장에 가서 해야지. 바닥 더러워지면 어떡할 건데요?"

"물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스팀으로 하기 때문에 바닥에 물이 떨어지진 않습니다.

그리고 모두 마친 후 제가 바닥 청소까지 합니다"

"먼지 날리는 건 어쩔 건데요?"

"스팀을 쏘면서 바로바로 타월로 훔쳐내기 때문에 먼지가 날리지 않습니다.

청소 전에 먼지가 날리지 않게 미리 물을 뿌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지금 나는 이 석유 냄새는 뭐예요? 공기가 너무 안 좋잖아요!"

"스팀기를 가열하는 방식에는 전기식, 가스식, 등유식이 있는데

제가 사용하는 등유식이 가장 안전합니다.

냄새는 처음에 예열할 때 조금 나고 이후는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주차장인데 공기까지 좋진 않겠죠"


물론 위 대화는 단편적으로 일어났던 여러 사례를 모아 둔 가상의 대화입니다. 그리고 다음은 어제 실제로 나누었던 대화입니다. 주부 입주민으로 보였고, 제가 세차하는 차량 근처로 본인 차를 타러 가면서 저와 나눈 대화입니다.


"어머! 지금 여기서 세차하시는 거예요?"

(이런 말을 하시는 분은 2가지로 나뉜다.

이런 서비스도 있구나 하고 자기도 하려는 사람과 지하에서 세차하는 일을 도대체 이해 못 하겠다는 사람으로)

"네! 어지럽히지 않게 조심히 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지하에서 세차를 하다니! 이건 아니죠!"

"요즘은..."

(제 말을 끊으며)

"아니 이 냄새는 뭐예요?"

"바닥에 물이 생기지 않게 스팀을 사용하는데 스팀기 예열할 때 잠깐 등유냄새가 납니다."

"어머머, 지하에서 위험하게... 이러시면 안 되죠"

"저..."

내 말을 더 이상 듣지 않고 쌩하고 차를 몰고 나가버리신다.


이런 경우 십중팔구 1층 주차장 출구에서 경비실에 민원을 넣습니다. 최악의 경우 쫓겨날 수도 있지요. 마음이 바빠집니다. 일단 스팀 작업은 빨리 마무리합니다. (스팀으로 하는 작업은 길어야 15분입니다.) 주차장 바닥도 미리 닦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손에 타월과 세정제만 들고 내부 세차를 합니다. 정적이 흐르는 지하 주차장(요즘은 주차장에 클래식이 울려 퍼지기도 합니다만)에서 타월과 세정제를 들고 조용히 작업을 하면 타월 밀리는 소리와 씩씩대는 제 숨소리만 들립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파트 관리소 직원이 어느새 곁에 와 있습니다.


"민원이 들어왔어요. 여기서 세차하며 등유를 막 뿌려댄다고..."

"네? 등유를 뿌려요? 세차하면서 왜 등유를 뿌려요? 어떻게 닦아낼라고요?"

"그러게요. 무슨 큰 난리가 난 것처럼 말하며 빨리 가보라던데..."

(그러면서 주차장 바닥을 쭈욱 훑어본다)

"아까 그 입주민 분한테 설명은 드렸는데, 잘 듣지도 않으시고 가시더라고요.

최대한 조용히 신속하게 마무리하겠습니다."

"머 아무 문제없어 보이는데... 아무튼 수고하세요!"

"휴"(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런데 말이에요..."

"...?"

"저 앞에 차가 제찬데 저차는 얼마나 받아요?"


아주 바람직하고 유익한 대화였습니다.


찬찬히 설명을 드리면 이해하시는 분도 있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오해를 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아예 귀를 닫아걸고 막무가내로 나가라고 하는 분도 있습니다. 처음에 이 일을 시작할 때 이런 일을 겪으면 마음의 상처가 되어 극심한 사기 저하를 겪습니다. 이런 일 때문에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점장들이 그만두기도 합니다. 저야 뭐, 하도 여러 번 겪다 보니 최대한 설명을 드리고, 끝까지 오해하며 나가라시면 나갑니다. 마음의 상처 따윈 없습니다. 값비싼 임대료 대신 이걸로 퉁친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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