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km 남았습니다. 사흘만 걸으면 이제 끝이에요. 오래 걸었어요. 잘 왔다 싶어요. 여행은 좋은 거라고,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당신이 말했었는데. 깨끗한 잠, 피곤한 몸, 사라지는 세상의 생각들, 맑은 별들.... 아직 산티아고에 도착한 것도 아닌데 다 걸은 것처럼 내가 말하고 있군요.
오전에 걸은 길은 좋다고도 할 수 있고안 좋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기장에 어떻게 기록되어 있을지 사람마다 다를 듯해요. 어떤 이는 '오래된 큰 나무들이 울창한 숲길이 었다', 어떤 이는 '소똥이많은 길이었다'라고적을 것 같아요. 소똥이 많았지만 , 우리나라 같으면 마을에 하나뿐인 아름드리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으니 이걸 보고 감탄을 해야 할지, 불평을 해야 할지...
점심때 도착한 포트오마린이라는 마을은 강을 바라보는 언덕 위의 마을입니다. 산토리니처럼 흰 집들이 언덕 위에 모여서 강을 내려 봐요. 그곳에서 점심을 먹었어요. 마을 놀이터에 앉아서. 오렌지 하나, 카스테라, 토마토 하나, 스페인 환타.
강가 언덕 위의 포트오마린 마을 1
강가 언덕 위의 포트오마린 마을 2
강가 언덕 위의 포트오마린 마을 3
그리고 더 걸었습니다. 오후에 걷는 것도 요즘은 괜찮아요. 바람이 시원해서 그렇게 더운 줄은 몰라요. 걷다 보면 다리는 아팠다 안 아팠다 합니다. 신기해요. 오후에는 그냥 관성으로 다리가 앞으로 가는데, 그때는 내 다리가 아닌 것 같아요.
까미노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다고 누가 말했습니다. 비싼 숙소는 비싼 대로 좋고 싼 숙소는 또 그 나름 좋아요. 이 길은 이래서 좋고, 저 길은 저래서 좋아요. 비가 와서 고생해서 좋고, 날씨가 맑아서 좋아요. 까미노는 어떤 숙소가 좋고 어떤 길이 좋고 어떤 것을 먹어야 한다, 그런 것 없어요. 자기가 걷는 길이 제일 좋고 자기가 든 알베르게가 제일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