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친구 없어-
유치원을 졸업하며, 기념사진을 찍자며 웃던 엄마 앞에서 울면서 말했다. 혼자 찍어도 괜찮다고 말했지만, 마지막이라는 아쉬움 때문인지 엄마의 눈은 주변을 둘러보며 친구를 찾기 시작했다. 사진기 앞에 데려올 친구가 한 명도 없던 나는 더욱 작아졌다.
내가 다녔던 유치원은 그랬다. 모두가 좋아하는 한 명이 이거 하자 하면 이걸 하고, 저거 하자 하면 저걸 하는 게 당연했다. 늘 언니와 언니의 친구들이 동생인 나에게 맞춰 놀아주던 게 익숙했던 나는 그 애의 말에만 모두가 따라가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결국 "나는 그거 하고 싶지 않은데."라며 그러자고 말했던 애들과 반대의 말을 꺼냈다. 다음 날부터 어제까지만 해도 친했던 친구들이 나만 보이지 않는 안경이라도 쓴 것처럼 등을 돌렸다. 억지로 대화에 끼려고 하면 나를 깎아내는 날선 세모 눈에 멈칫하기만 했다.
모두가 함께한 자리에서 나에게는 오직 엄마밖에 없던 졸업식이 끝나고, 엄마는 일하느라 바쁘단 핑계로 나를 신경 쓰지 못했다며 미안하다고 울먹였다. 나는 차마 엄마에게 모두가 동그라미인 게 당연한 세상에서 혼자만 모났던 탓에 곁에 아무도 없는 것이라고 말하지 못했다.
유치원에서 말 한 마디로 혼자가 되었던 기억 때문인지 학교에 가서도 나는 친구를 잘 사귀지 못했다. 하지만 누군가와 별 것 아닌 말에 웃고, 음식의 맛을 떠나 함께 맛을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 삼삼오오 모여 있는 애들 사이로 조심스레 들어갔다. 하지만 잘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이야기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하고 애써 그들의 미소만 따라 지어야 했다. 이미 친구란 틀을 완성한 그들 사이에 내가 끼어들자, 서로를 바라보던 동그란 미소는 사라졌다. 그 대신, 경계심 가득한 눈빛들이 직선처럼 나를 향하고 있었다. 무언의 거절 앞에 말없이 돌아섰고, 모두가 함께인 급식소에서 나는 또다시 혼자였다. 돌처럼 딱딱하게 씹히는 쌀알을 겨우 목 안으로 넘기며 생각했다.
'모두가 좋아하는 동그라미가 되지 않으면 나는 계속 혼자겠구나.'
그날부터 나는 완벽한 동그라미를 꿈꾸기 시작했다.
거울 앞에 서서 자꾸만 내려가려는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리며 모두가 좋아할 미소를 연습했다. 나의 생각들이 가득했던 말은 잘라내 버리고 그 자리에 사람들이 좋아할 말들을 채워 넣었다. 모두가 기피하는 역할에 나를 끼워 맞추었다. 그렇게 모두가 좋아하는 모양으로 나를 맞춰갔다.
"너랑 친구해서 너무 좋아. 내년에도 잘 부탁해."
학년이 올라가기 전, 학급 내에서 주고받은 롤링페이퍼에 적힌 문장을 보며 생각했다. 나도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외롭지 않아도 되겠다고. 하지만 아무리 마모시켜도, 동그랗게 빚어내어도 한 번 모났던 모양은 완벽한 동그라미가 될 수 없다는 듯 새로운 환경에 놓일 때마다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다시 새로운 틀에 맞추어 그들이 좋아할 수 있는 동그라미를 만들어 내는 일이 반복되었다. 점점 원래의 내가 무슨 모양이었는지도 알 수 없을 만큼, 작은 알갱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거울 앞에 서서 끝없이 깎여나간 나의 조각들을 떠올리며 자문했다.
"나는 어디 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