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만 한 생명체가 나를 반긴다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
하루 12시간 근무, 주 6일 출근을 겪고 나면 언제나 방안에 누워 오지도 않는 잠을 청하며 생각했다.
지금 내가 누워있는 이 공간에 고양이가 한 마리 있었으면.
외로운 것도 아니었고, 우울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줄곧 그렇게 생각해 왔었다.
동물을 데려온다는 것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던 나는 무작정 펫샵으로 향했다.
고양이는 얼마나 할까, 현금으로 사면 할인은 해주려나.
요즈음은 사지 말고 입양하라는 말이 대중화되어 있어 아직도 이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마음 한구석이 뜨끔하고, 이제는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지만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너를 펫샵에서 샀다.
그렇게 펫샵 유리 장 안에 구석지에서 웅크리고 있던 너는 나를 보자 갑자기 폴짝폴짝 뛰며 나를 반겼다.
펫샵 주인이 안겨준 고양이를 가슴팍에 안고 있었지만, 내 시선은 아까 그 고양이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쟤는 얼마예요?"
"아, 쟤는 좀 아픈애라.."
"많이 아픈가요?"
"그건 아니고, 조금 있으면 낫긴 할 건데 지금은 아파요"
"어디가요?"
같은 대화들이 오고 갔다.
그동안에도 너는 그렇게 지친 기색 없이 나를 보며 폴짝, 폴짝 계속 뛰었다.
나 키워, 데려가,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냥 쟤 데리고 갈게요"
그게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너는 참 예뻤다.
주먹만 한 크기였지만 삐약삐약 거리며 울기도 했고, 혹시나 움직이다 깔아뭉개진 않을까 싶을 정도로 내 곁에서 떠나지 않으려고 했었다.
얘는 뭘 믿고 나를 이렇게 좋아할까, 웅애웅애 이상한 소리를 내며 밥을 먹는 걸 보며 그렇게 생각했었다.
나의 작은 세상에서 손톱만 한 똥도 싸고, 의자를 기어오르며 작은 방을 이곳저곳 탐험하기도 했다.
정말 작다고 생각했던 내 방이, 너에게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는 넓은 세상이구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참을 수 없는 재미있음을 느꼈다.
먹고, 자고, 싸고, 놀고, 울고.
그렇게 갇혀있던 유리 장의 몇 배는 되는 넓은 공간에서 바쁘게 하루를 보냈다.
그날 밤, 누워있는 가슴팍 위에서 소곤소곤 숨을 쉬며 자고 있는 너를 조심스럽게 만지며 나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지금 세상에서 가장 약한 존재가 나에게 기대어 잠을 자고 있다.
미세하게, 미지근한 너의 날숨이 느껴졌다.
이런 작은 생명도 숨을 쉬는구나.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떠나면 많이 슬플 거야, 그런데 후회하진 않고 싶어.
음, 근데 이름은 뭘로 하지?
85만 원 주고 샀으니까 팔오, 그래 파로로 하자.
나는 네가 85만 원의 값어치 이상은 된다고 생각해.
자신에게 이름이 지어졌다는 것도 모르는 채, 파로는 작은 귀를 움찔, 하며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