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제 1의 언어로 속삭일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진부할테지만 역시 사랑일 것이다.
사랑하고, 사랑해주며, 사랑받는 것.
그것만큼 우리의 인생에 있어서 더욱 가치있고, 풍족해지는 일이 더 있을까?
나는 아직 사랑 외에 그러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나를 그토록 풍요롭게 하며 충만하게 하는 다른 어떤 것을 말이다. 그렇기에 ‘적당히 사랑하라’는 세상의 풍조에서 당당히 ‘완전한 사랑을 하자’는 내면의 소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을 수 있겠지.
하지만 나 역시도 사람인지라 사람에게 데이고 상처입다 보면 잠시 굴에 숨어 아무도 사랑하고 싶지 않은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그것이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우리 인생에 그러한 시절이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인간은 너무나 안개 같아서 어떤 굳은 신념을 가진 사람조차도 10년 뒤, 20년 뒤 그 생각이 어찌 변할지 모르니 말이다.
이런 안개같은 인생에 잠시 굴 속에 숨어 있는다 한들 어찌 그것이 실패이며 낙오이겠는가. 그저 그런 시절이 오면 우리가 서로를 좀 더 다독이며 보살펴주었으면 한다. 잠시 잠깐만 그 사람에게 꼭 필요할 어둠의 시간을 허락하고선, 이내 굴 밖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그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주는 것이다.
우리가 서로를 그렇게 보듬으며 나아간다면 세상에 완전한 어둠은 없다. 그저 잠시 허락되는 밤과 같은 시간만 존재할 뿐.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빛으로 이끌어내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끌어낸 이들에게 우린 다시 제 1의 언어로 그를 사랑한다 말해주고, 그에게 걸맞는 단 하나의 단어, 단 하나의 문장으로 그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그렇게 보살핌 받은 그는 어느 풀꽃 시인의 말처럼 어느 누군가에게, 아니 이 세상 모두에게 다시 한 번 꽃이 되어 살아간다. 그것이 내가 바라는 세상이고, 나를 포함한 우리가 만들어나가야 할 세상이다.
우리 각자는 모두 그러한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제 1의 언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