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에 대한 슬픔은 가끔씩 나를 짓누른다. 특히 동생이 결혼을 하고 집을 떠난 후, 그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동생이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 당연한 순리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라져 버린 과거의 시간들이 종종 그리워진다.
우리는 모두 성장하고,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나지만,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했던 그 소중한 순간들은 이제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다. 그 시절의 우리, 어렸던 형제자매들과 부모님과 함께 웃고 떠들던 순간들은 마음 한구석에 영원히 간직된 채, 더 이상 붙잡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쉽고도 아프다.
어쩌면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새로운 행복을 맞이하며 살아가겠지만, 잃어버린 과거의 행복을 떠올리며 그리워하는 것도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일 것이다. 그 시간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에, 더 소중하게 여겨지는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더 느끼게 되는 것은, 흘러가는 시간을 받아들이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또 어쩔 수 없이 작별해야 하는 순간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 그런 이별의 시간이 자연스러운 것임을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이러한 변화가 두렵고 불안하다.
부모님도 이제 노년의 시기에 접어드셨고, 그들의 건강과 마음 상태가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낄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집안의 식탁에 함께 앉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 것이란 사실이, 언젠가 그 자리가 텅 비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슬프게 만든다. 결국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당연한 진리지만, 그 끝을 마주할 준비는 늘 부족한 것 같다.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나으니 모든 사람의 끝이 이와 같이 됨이라 산 자는 이것을 그의 마음에 둘지어다. 슬픔이 웃음보다 나음은 얼굴에 근심하는 것이 마음에 유익하기 때문이니라. 지혜자의 마음은 초상집에 있으되 우매한 자의 마음은 혼인집에 있느니라” <전도서 7장 1-4>
죽음이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찾아오는 것이기에, 그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진정한 지혜일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 슬픔이, 그저 무의미한 고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어떤 유익을 가져다줄 수 있기를 바란다. 지혜라는 유익. 죽음을 생각하며 사는 삶은, 결국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모든 순간을 더욱 값지게 만들어 줄 것이기에. 끝이 있기에 소중한 인연들, 지나가는 순간들을 더욱 애틋하게 느끼며, 그 아픔을 충분히 느끼는 것이 나에게 필요한 과정일지도 모른다.
이 슬픔이 나를 더 성숙하게 하고, 삶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성장통이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