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혜빈, 《밤의 팔레트》
P15. 소심한 게 아니라 섬세한 거야 - 강혜빈, 《밤의 팔레트》(문학과지성사, 문학과지성 시인선 540)
우리는
참
많은 오해를 하면서
삽니다.
또는
엉뚱한 비난을 하면서
살지요.
‘소심한 게 아니라 섬세한 거야’라고
말하는 걸 보면,
시인은
누구보다도
이런 삶의 모순을,
또는
우리의 모순을
뼈저리게 느꼈나 봅니다.
그렇지요?
소심한 게 어째서
비난받을 일입니까.
그건 섬세한 거잖아요.
섬세하지 못하고
무신경하고
무도한 사람들 탓에
세상이 얼마나
살기에 힘겨운 곳이
되고 있는지
우리는 잘 압니다.
그래서 시인은
또 이렇게 말합니다.
‘괜찮다고 말하면 안 돼 괜찮아도 되는 일이 없는데’라고요.
그래요.
섬세한 것을
소심한 것으로
오해하는
무신경한 사람들이
가장 흔히 하는 말이
괜찮다는 거지요.
실은
하나도 안 괜찮은데
말입니다.
안 괜찮은 걸
괜찮다고 강변하는 사람들이
우리네 삶을
참 버겁게 만들지요.
이런 삶 속에서
시인은 듣고야 맙니다.
아주 아프게요.
‘오지 않은 미래가 달아나는 소리’를요.
미래라는 유일한
희망마저 그렇게 자꾸
달아나는데,
뭐가
괜찮다는 건가요?
이런 세상에서
상처 입은 시인은
기어코 이렇게
단언해 버립니다.
‘미래는 우리에게 무관심하다’라고요.
그렇게
미래는
야멸치게 달아나 버리고,
매정하도록
우리에게 무관심하니,
우리는 이제
어째야 합니까?
하지만,
그래도 시인은
우리를,
우리네 인생을
사랑하나 봅니다.
이렇게 말하는 걸
잊지 않는 걸 보면요.
‘울고 싶을 땐 울자 힘껏 사랑하자’라고요.
그리고 덧붙여
말하기를
잊지 않습니다.
‘내가 너의 용기가 될게’라고요.
이 마지막
두 마디 말은
시집 속
시의 것이 아니라,
시집 맨 앞에 있는
‘시인의 말’의 것입니다.
이제 알겠습니다.
시인은
그릇된 오해와
잘못된 비난 속에
지쳐가는 우리에게
용기를 주려고
이 시집의 시들을
썼나 봅니다.
시인의 그 마음이
참 갸륵하고,
참 고맙고,
참 눈물겹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