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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수 Sep 02. 2024

P14. 마음아 무뎌지지 말자

  - 함민복, 《말랑말랑한 힘》

P14. 마음아 무뎌지지 말자 - 함민복, 《말랑말랑한 힘》(문학세계사, 시인세계 시인선, 제3의 詩·12)     


   시인의

   ‘마음아 무뎌지지 말자’라는

   호소가

   훅

   가슴속으로

   밀고 들어옵니다.

   그래요.

   어쩌면

   내 마음이 바로

   내 벗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나는

   지금까지

   외롭고, 그래서

   힘들었을 이유가

   없었던 거네요.

   아마 시인은

   자기 마음이라는 친구의

   소리에

   귀 기울일 줄을

   알았던

   사람이었나 봅니다.

   한데, 시인은

   또 이렇게

   자문합니다.

   ‘내 마음을 떠난 마음들, 그 마음들은 지금 어디서 항해하고 있을까, 그 그리운 섬들은’이라고요.

   아,

   그러니까

   마음이라는 친구는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었나 보네요.

   그 하나하나가

   다

   그리웠다고 하는 걸 보면

   다

   좋은 친구들이었나 보네요.

   한데,

   그 마음을 가리켜

   시인은 또

   ‘내 마음이 아닌 내 시의 마음’이라고 말하네요.

   아,

   그렇다면 우리가

   귀 기울이고 싶은 것은

   시인의 마음이 아니라,

   시의 마음인 걸까요.

   시인의 마음, 시의 마음,

   어느 쪽이

   더

   따뜻할까요.

   ‘무뎌지지 말자’라고

   독려하는 마음은

   시인의 마음일까요,

   시의 마음일까요.  *     


   / 조선 중기의 면앙정(俛仰亭) 송순(宋純, 1493∼1583)도 그의 〈치사가(致仕歌)〉라는 시조의 종장(終章)에서 이렇게 마음을 호명했답니다. ‘마음아 너란 있거라 몸만 먼저 가리라’라고요. 시인의 마음은 세월을 거슬러 통하나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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