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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수 Sep 09. 2024

P16.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 이문재, 《지금 여기가 맨 앞》

P16.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 이문재, 《지금 여기가 맨 앞》(문학동네, 문학동네시인선 052)


   시인은 말합니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라고요.

   맞아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파야만 하는 일이

   세상에는

   참 많아요.

   사막도

   그런 것 같지요?

   그냥

   바라만 보면

   참 아름다운데,

   막상

   걸으려면

   고통스럽지요.

   그래서일까요.

   시인은

   이렇게 규정합니다.

   ‘사막의 길은 오직 걸을 때만 길이었다’라고요.

   그렇지요.

   걷기 시작하는 순간

   사막은

   길이 됩니다.

   그 길은

   마땅히

   나만의 길이겠지요.

   그래서 시인은

   이렇게 덧붙입니다.

   ‘사막의 길은 오로지 자기만의 길이었다’라고요.

   자기만의 길이란

   결국

   자기만의 십자가

   아닐까요.

   십자가인 이상

   아프지 않을 수 없겠지요.

   저마다의 십자가를

   지고 가야 하는

   자기만의 길.

   그래도 시인은

   이렇게

   우리한테

   고마운 여지를

   남겨줍니다.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라고요.

   그렇게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창캉창캉 별빛들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도

   들을 수 있을 테고,

   ‘갯벌 위에 수은처럼 굴러다’니는

   ‘오후 세 시의 햇빛’도

   볼 수 있겠지요.

   나아가

   지금처럼

   아직 여름이

   마저 끝나지 않은

   때라도

   그만의 혜안으로

   ‘도처에 가을이 상주하고 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도

   있겠지요.

   아,

   시인들의 말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문득

   세상이

   정말로

   견딜 만해지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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