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수 May 06. 2024

1. 예술가로 살아남는 데 필요한 세 가지 열쇠

  - A. 마이클 슈메이트, 《예술가로 살아남기》

1. 예술가로 살아남는 데 필요한 세 가지 열쇠 / 《예술가로 살아남기》 - A. 마이클 슈메이트 지음, 서나연 옮김, 다빈치

예술에는 답이 없을까?

   예술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타고난 재능, 그것도 아주 어린 시절부터 눈부시게 빛을 발하는 유별난 재능이 아니라면 감히 명함조차 내밀 수 없는 세계가 바로 예술 분야라는 생각은 신동(神童)으로 유명한 모차르트 같은 사람을 떠올리면 정말 그리 틀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데, 그런 예술을 즐기는 데는 특별한 재능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렇다 할 재능이 없는 사람이 뛰어난 재능의 산물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신기하기만 합니다. 최유리의 〈숲〉을 음악에 재능이 없다는 이유로 듣고 즐기지 못할 사람이 있을까요? 미술도 문학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분야에서는 이런 일이 드뭅니다. 예컨대, 첨단과학이나 고등수학의 이론을 여느 사람들이 이해하거나 즐긴다는 것은 거의 있기 힘든 일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예술은 정말 신기한 분야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이런,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인 예술가와, 재능은 없어도, 또는 재능을 적게 가졌어도 예술을 충분히 즐길 수는 있는 사람 사이의, 어찌 보면 매우 모순된 관계가 예술에 대한 신비스러운 고정관념을 조장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술가로 살아남기》라는 책은 바로 예술에 대한 이런 오래된 신비주의를 보란 듯이 대놓고 부정하면서 시작합니다.     


성공하기 혹은 살아남기

   이 책의 원제는 ‘Success in the Arts’입니다. 직역하면 ‘예술에서 성공하기’ 정도가 될 텐데, 이것을 굳이 ‘예술가로 살아남기’라고 번역한 것은 아마도 지은이의 속뜻을 깊이 헤아린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만큼 이 책은 시중에 널려 있는, 처세술이나 성공 비결을 가르쳐주겠다는, 저 흔해 빠진 책들과는 궤를 달리합니다. 부자가 되는 법을 가르쳐주겠다는 책으로 정말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는 사람은 그 책을 쓴 사람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지요?

   그러니 마찬가지로 어떤 분야에서 성공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으로 성공하는 사람 역시 그 책을 쓴 사람뿐이라는 말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자가 되거나 본인이 원하는 어떤 특정 분야에서 성공하는 것이 그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는 뜻이겠지요. 또는, 자기만의 방법으로 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입니다.

   한데도 그런 책들은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또 나오는 족족 베스트셀러 목록의 상위권을 차지합니다. 사람들은 그런 책들에서 가르쳐주는 비결을 아마도 믿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비결이라는 것이 진짜 있다고 믿는 것일까요. 아니면, 믿고 싶어 하는 것일까요.

   그 책을 읽어서 정말로 부자가 될 수 있든 없든, 또는 성공을 할 수 있든 없든, 아마도 이 믿음에는 최소한 자기도 그 가르침대로 따라서 해볼 수는 있다는 어떤 자신감이 바탕이 되어 있는 듯도 합니다. 아니면, 따라서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고요.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책들이 그토록 서점가에서 인기를 얻을 까닭이 없지 않겠습니까.     


고정관념 부수기

   그러나 예술 분야에서만큼은 이런 믿음이 통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누가 ‘이렇게 하면 당신도 부자가 될 수 있다’라고 하거나, ‘이렇게 하면 당신도 승진할 수 있다’, 또는 ‘이렇게 하면 당신도 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라고 하면 금세 귀가 솔깃해질 사람이라도 막상 ‘이렇게 하면 당신도 훌륭한 예술가가 될 수 있다’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 어째서인지 우선 고개부터 갸우뚱거리게 되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다른 분야는 몰라도 예술에서만큼은 타고난 재능이 없이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고정관념이 뿌리 깊이 박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 《예술가로 살아남기》의 저자는 바로 이 고정관념을 깨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예술가로 살아남는 데 필요한 세 가지 열쇠를 제시합니다.     


세 가지 열쇠

   첫째 열쇠는 당연히 ‘재능(Talent)’입니다.

   이 책의 저자 슈메이트는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포함하여 그는 그래픽 디자인과 산업 일러스트레이션 분야에서 40년 가까이, 그야말로 최고의 경력을 다양하게 쌓았습니다.

   책에 소개된 간단한 약력만 살펴봐도 그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알 수 있습니다. 내셔널 풋볼리그, 사이먼 앤드 슈스터 출판사, 켈리 서비스, 브리티시 에어웨이 기내지, 미국 영화배우 조합, 비즈니스 위크, 프루덴셜 파이낸셜 따위가 그의 주요 고객으로 되어 있으니까요.

   한 마디로, 그는 자기 분야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는 베테랑이요, 성공한 사람입니다. 게다가 디자인이나 일러스트레이션이라면 미술 분야의 하나이니, 그는 분명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타고난 인물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한데도 그는 단호히 ‘그렇지 않다!’라고 강조합니다.

   그가 이렇게 주장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는 소년 시절 여동생의 초상화를 그렸더니 조지 워싱턴이 되고 말았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합니다. 한 마디로 그 자신은 그림에 소질이 별로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여느 사람 같았으면 자신이 그림에 뛰어난 재능을 타고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 일찌감치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기 십상이었을 텐데, 그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가 내세우는 이유는, 자신을 예술가로 부르는 것이 좋았고, 무엇보다도 그 일을 하고 싶었다는 것입니다. 그에게는 기본적으로 예술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있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그는 포기하지 않고 노력합니다. 이 노력으로 그는 자신의 보잘것없는 재능을 극대화해 냅니다.

   요컨대, 그는 재능을 아주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자기 정도의 ‘적은’ 재능을 가진 사람은 결코 드물지 않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열정(Hearts)’은 분명 예술가로 살아남는 데 필요한 두 번째 열쇠입니다. 그는 이후의 과정을 이 열정에 힘입은 ‘가혹한 입문’으로 규정합니다. 그는 정말 가혹하게 자기 수련을 합니다.

   마지막 열쇠로 그는 ‘수완(Smarts)’을 제시합니다.

   책에는 재능 다음으로 수완, 수완 다음으로 열정이 나오지만, 저는 수완을 마지막으로 내세우고 싶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실용적인 덕목일 것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예술에 뜻을 둔 사람들의 귀가 가장 솔깃할 내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후에 인정을 받는 비운의 예술가 따위는 누구도 되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수완이란 얄팍한 처세술과는 매우 다른 것입니다. 그는 이를 ‘정면으로 다룰 수 없는 것에 대처하는 영리함’이라고 재미있게 정의합니다. 적은 재능을 뜨거운 열정으로 키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완의 발휘

   역시 그는 자기 경험을 예로 들면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자신이 순수미술에 재능이 모자란 위인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는 미술 자체를 포기하는 대신 응용미술이나 산업미술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을 하나의 예로 듭니다. 수완을 발휘한 셈이지요.

   또, 그는 부족한 드로잉의 재능을 사진을 무수히 베껴 그리는 방법으로 벌충했다는 고백도 합니다. 이 또한 수완의 발휘입니다. 더불어 그는 자기보다 앞서 있는 사람을 스승으로, 조언자로, 그리고 동료로 가까이하며, 그들한테서 열심히 배웠다고 말합니다. 역시 수완의 발휘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자기 분야에서 굳어 있는 전통적인 관습이나 규칙을 온전히 습득하면서도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것을 추구했다고 말합니다. 그 덕분에 자기 디자인이나 일러스트가 매력적일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나아가 그는 자기한테 주어진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기회는 행운이기도 합니다. 그가 인용하는 토머스 제퍼슨의 다음과 같은 말이 가슴을 칩니다.

   ‘나는 행운을 굳게 믿는다. 내가 열심히 일할수록 더 많은 행운을 갖게 된다.’

   행운이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그는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그가 덧붙이는 희생이라는 덕목이 매우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그는 ‘예술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법을 알지 못하면서 야심만 가득 차 있는 예술가들이 너무 많다’라고 말합니다. ‘미래의 예술을 위해 지금의 기쁨을 희생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면 결코 훌륭한 예술가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한마디로, 부지런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 모두가 ‘수완’에 해당합니다.

   이 수완의 밑바탕에 놓여 있는 것이 결국 ‘겸손’이라는 것은 저만의 생각은 아니겠지요?     


예술가냐, 인간이냐?

   이 책은 짤막하고 명쾌하여 단숨에 읽을 수 있습니다. 적재적소에 인용된 경구들을 읽는 맛도 꽤나 쏠쏠합니다. 그러면서도 여기에 담겨 있는 다양한 지침들은 예술 관련 책의 내용이라고 하기에는 믿기 힘들 만큼 실용적이기도 합니다. 나태해질 때마다 스스로를 가다듬기 위해 두고두고 거듭 읽고 싶은 책입니다.

   마지막으로, 성공보다 성취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그가 덧붙이는 이 한마디가 가슴에 남습니다.

   ‘성공적인 예술가가 되는 것보다 성공적인 인간이 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역시 그는 예술지상주의자는 아닙니다.

   물론 그의 말에 전부 동의할 필요는 없겠지요. 실제로 전부 동의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기본 원리는 분명히 취할 바가 있다는 것이 저의 독후감입니다.  *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