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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수 Dec 04. 2024

P29. 눈물만은 나를 떠나지 못한다

  - 정호승,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P29. 눈물만은 나를 떠나지 못한다 – 정호승,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열림원)


   이 시집에서

   시인의 시어는

   누가 뭐라고 해도

   역시

   ‘눈물’입니다.

   이 시집은

   그야말로

   ‘눈물의 시집’입니다.

   이런 시집은

   처음입니다.

   시인은 고백합니다.

   ‘나는 새벽이 되어서야 알았다’라고요.

   알다니, 무엇을요?

   시인은

   이렇게 답합니다.

   ‘어머니가 인간의 눈물인 것을’이라고요.

   ‘어머니’와 ‘인간’과 ‘눈물’…….

   이 엄청난

   세 시어 앞에서

   눈물짓지 않는 인간은

   아마도

   인간이 아니지

   않을까요.

   적어도

   아직은, 인간이

   아닐 것입니다.

   심지어 시인은

   이렇게 덧붙이기까지

   합니다.

   ‘눈물은 인간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한다’라고요.

   이 시구 앞에서

   턱없이 깊은

   위안을 받는다면

   제가 너무

   감상적인 것일까요.

   그렇지 않은가요?

   모든 것이 나를

   버리고 떠나는데,

   친구도

   가족도

   심지어는

   나 자신조차도

   나를

   떠나고야 마는데,

   눈물만은

   떠나지 않는다니까

   말입니다.

   아니, ‘떠나지 못한다’고

   하니까

   말입니다.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한다’고

   하니까

   말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고백해야

   하는 걸까요.

   모두가 다

   나를 떠나도

   오직

   눈물만 나를

   떠나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괜찮다고요.

   눈물이 말합니다.

   ‘내가 너의 눈물이 되어 떨어지는 줄 넌 모르지’라고요.

   아, 정말

   몰랐습니다.

   당신이 나의 눈물이

   되어

   떨어지는 줄을요.

   그런 눈물이니,

   아마도 시인은

   이런 놀라운

   발견의 고백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간밤에 흘리신 하느님의 눈물이 새들의 깃털에 고요히 이슬처럼 맺혀 있다’라고요.

   그 눈물이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이 나를

   위한 것임을

   내가 어찌 모를 수

   있겠습니까.

   나를 위한

   것이기에

   그것은 사랑과

   기쁨과

   긍휼의 눈물일

   것입니다.

   그런 눈물이기에 시인은

   이렇게까지 감히

   규정하는 거겠지요.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라고요.

   그런 시인이기에

   이런 통찰을

   할 수 있는 것일

   테지요.

   ‘편지 겉봉을 뜯자 달빛이 나보다 먼저 편지를 읽는다’라는 통찰을요.

   너무나

   가슴 아픈 내용이라

   내가 차마 읽지

   못하는 걸

   눈물과도 같은

   달빛이 먼저

   나를 대신하여

   읽어주는 걸

   겁니다.

   그 마음이

   참

   뜨겁습니다.

   어쩌면

   눈물이야말로

   구원인 것일까요.

   그래서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라는 시인의

   말이

   제 귀에는

   자꾸

   눈물의 말,

   눈물이 해주는

   한없는 위로의

   말로 들리니

   말입니다.

   다 나를

   떠나도

   눈물만은

   나를 떠나지 못한다는 것을,

   눈물이야말로

   참

   커다란

   위로임을

   가르쳐준

   시인이

   참,

   참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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