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호승,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P29. 눈물만은 나를 떠나지 못한다 – 정호승,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열림원)
이 시집에서
시인의 시어는
누가 뭐라고 해도
역시
‘눈물’입니다.
이 시집은
그야말로
‘눈물의 시집’입니다.
이런 시집은
처음입니다.
시인은 고백합니다.
‘나는 새벽이 되어서야 알았다’라고요.
알다니, 무엇을요?
시인은
이렇게 답합니다.
‘어머니가 인간의 눈물인 것을’이라고요.
‘어머니’와 ‘인간’과 ‘눈물’…….
이 엄청난
세 시어 앞에서
눈물짓지 않는 인간은
아마도
인간이 아니지
않을까요.
적어도
아직은, 인간이
아닐 것입니다.
심지어 시인은
이렇게 덧붙이기까지
합니다.
‘눈물은 인간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한다’라고요.
이 시구 앞에서
턱없이 깊은
위안을 받는다면
제가 너무
감상적인 것일까요.
그렇지 않은가요?
모든 것이 나를
버리고 떠나는데,
친구도
가족도
심지어는
나 자신조차도
나를
떠나고야 마는데,
눈물만은
떠나지 않는다니까
말입니다.
아니, ‘떠나지 못한다’고
하니까
말입니다.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한다’고
하니까
말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고백해야
하는 걸까요.
모두가 다
나를 떠나도
오직
눈물만 나를
떠나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괜찮다고요.
눈물이 말합니다.
‘내가 너의 눈물이 되어 떨어지는 줄 넌 모르지’라고요.
아, 정말
몰랐습니다.
당신이 나의 눈물이
되어
떨어지는 줄을요.
그런 눈물이니,
아마도 시인은
이런 놀라운
발견의 고백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간밤에 흘리신 하느님의 눈물이 새들의 깃털에 고요히 이슬처럼 맺혀 있다’라고요.
그 눈물이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이 나를
위한 것임을
내가 어찌 모를 수
있겠습니까.
나를 위한
것이기에
그것은 사랑과
기쁨과
긍휼의 눈물일
것입니다.
그런 눈물이기에 시인은
이렇게까지 감히
규정하는 거겠지요.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라고요.
그런 시인이기에
이런 통찰을
할 수 있는 것일
테지요.
‘편지 겉봉을 뜯자 달빛이 나보다 먼저 편지를 읽는다’라는 통찰을요.
너무나
가슴 아픈 내용이라
내가 차마 읽지
못하는 걸
눈물과도 같은
달빛이 먼저
나를 대신하여
읽어주는 걸
겁니다.
그 마음이
참
뜨겁습니다.
어쩌면
눈물이야말로
구원인 것일까요.
그래서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라는 시인의
말이
제 귀에는
자꾸
눈물의 말,
눈물이 해주는
한없는 위로의
말로 들리니
말입니다.
다 나를
떠나도
눈물만은
나를 떠나지 못한다는 것을,
눈물이야말로
참
커다란
위로임을
가르쳐준
시인이
참,
참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