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inema Aphorism_109

-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109

by 김정수

CA541. 스티븐 소머즈, 〈미이라 2〉(2001)

결국 이런 것이 고고학적 상상력일까. 여기에 스펙터클과 액션이 가미되는 것은 고고학만으로는 미스터리 스릴러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관객은 한정될 수밖에 없을 터이니, 필경 〈레이더스〉(1981, 스티븐 스필버그)에서 시작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라는 모범답안을 참조하지 않을 수는 없겠다. 그래서 이런 모양이 된 것일 테지. 더욱 발전된 특수효과 기술 말고는 스스로를 그 모범답안과 차별화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것은 어쩌면 행복한 고민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영화 만들기에 들이는 고심의 총량이 줄어들 테니까. 이 대목에서 지적 자극이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는 큰 문제가 안 되리라고 내다본 모양이다.


CA542. 장일호, 〈사랑하는 사람아〉(1981)

한쪽에는 자기가 낳은 아이를 남자네 집에 데려다주고 떠나는 여인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그 남자의 아이 못 낳는 아내가 있다. 여기서 관객은, 자기 아이와 속절없이 작별해야 하는 여인이 더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쪽과, 졸지에 제 핏줄도 아닌 아이를 받아들여 키워야 하는 여인이 더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나뉘지 않을까. 어느 쪽이 더 어려운 일일까. 문제는, 이 영화에서 가장 변호되지 않고 있는 인물이 바로 졸지에 남편이 데려온 아이를 키워야 하는 그 여인이라는 점이다. 영화의 서사 속에서 그녀는 변호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관찰의 대상조차 되지 못한 채 완전히 외면당하고 있다. 아니, 무시당하고 있다. 이런 서사는 윤리적이지 않다. 신파스러운 눈물로 덮고 넘어갈 수 없다.


CA543.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클로즈 업〉(1990)

재판에 회부된 ‘가짜’ 모흐센 마흐말바프는 말한다. “감옥은 선한 사람에게는 좋은 곳이고, 악한 사람에게는 나쁜 곳입니다. 거기에서 선한 사람은 교훈을 배우고, 악한 사람은 더 나빠질 테니까요.” 그는 ‘무식한’ 평민이지만, 세상의 진면목을 누구보다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다.


CA544. 앤드루 데이비스, 〈큰 도둑 작은 도둑〉(1995)

도둑의 개념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이미 〈장군(The General)〉(1998, 존 부어맨)에서 유머러스하게 제기된 바 있다. 그러니 이 영화는 단순한 코미디에 불과하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CA545. 아녜스 자우이, 〈타인의 취향〉(2001)

진짜 사랑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그것은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는 갈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짜 사랑이 ‘진짜’ 찾아왔을 때 그들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이 경우 나이가 많다는 것은 아무런 장점도 도움도 되지 않는다. 그것은 타고난 재능에 얽힌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랑도 재능이 없이는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 그저 그것이 진짜 사랑임을 알아차릴 수 있을 뿐. 그래서 수많은 사람이 진짜 사랑을 놓치고 엉뚱한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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