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inema Aphorism_111

-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111

by 김정수

CA551. 존 포드, 〈수색자〉(1956)

여기서 존 웨인은 더는 점잖은 영웅이 아니다. 그는 한갓 인간일 뿐이다. 이 인식을 끝까지 밀어붙였다는 것은 감독이 이미 과거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렸다는 뜻이 아닐까. 하지만 관객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다. 관객은 자신의 미련을 떨쳐버리고자 노력하기보다는 오히려 거기에 깊이 탐닉하려는 속성을 지닌 존재다. 어쩌면 이것마저도 감독은 아랑곳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CA552. 존 맥티어넌 & 마이클 크라이튼, 〈13번째 전사〉(2000)

그는 아랍인이다. 요컨대 백인이 아니다. 따라서 그의 용병 노릇이 백인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전설의 마지막 공백을 메우는 구실을 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CA553. 존 허츠펠드, 〈15분〉(2001)

모든 것은 15분 안에 결판난다. 하지만 바로 이 15분이 인간한테서 자유를 박탈하는 원흉이다. 그래서 그는 죽고, 그는 배신당하고, 그는 복수한다. 하지만 그 모든 복마전과도 같은 사건의 실타래가 풀리고 나서도 세상은 여전히 그 15분이라는 주술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CA554. 구스 반 산트, 〈파인딩 포레스터〉(2000)

작문(作文)과 농구. 작가(作家)와 NBA 선수. 이것은 얼마나 흑인들의, 한편으로는 어울리지 않고,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나 잘 어울리는, 꿈인가. 뉴욕 브롱크스 빈민가 출신 흑인 소년의 이 꿈은, 그러나, 아주 드물디드문 귀인과의 만남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이 만남이 없었다면 소년의 꿈도 어느 한계에서 좌절당할 운명이었다. 하지만 초점은 이 만남이 아니라, 이 귀인이 얼마나 사려 깊게 이 소년의 재능을 기르고, 이 소년의 꿈을 진지하게 사고하는가, 하는 점이다. 진정한 교육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CA555. 알랭 레네, 〈지난 해 마리앵바드에서〉(1961)

이 영화는 결코 〈검으나 땅에 희나 백성〉(1995, 배용균)보다 위대하지 않다. 우리는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다. 다만 결정될 뿐이다. 역사란 그런 것이다. 기억도 그런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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