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 다시어트(RE:DIET)(8)
8주 차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
*목표*
1. 아시아 전통 식단 프로그램과 체중감량 프로그램을 병행한다.
2. 유산소운동프로그램 레벨 1 - 하루 25분 2,500보 걷기 운동을 한다.
3. 유산소운동프로그램 레벨 11 - 현재의 신체활동을 유지한다. 또는 하루 걷기 운동을 5분 늘려 총 35분 속보하거나 적정강도의 기타 유산소운동을 주 6회 실시한다.
4. 주 1~2회의 근력운동을 병행한다.
5. 염증 퇴치법과 수면장애 대처법을 활용한다.
6. 스트레스 수준과 요인을 파악하고 스트레스 완화법을 알아본다.
<도서출판 작은 우주, 당뇨리셋, 2018, 조지킹>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10대 : 초, 중, 고등학교 + 입시 (1990년대)
독서
일기 쓰기
다이어리 꾸미기
교환일기
음악 듣기
노래방 가기
친구들과 놀기
스티커 사진 찍기
삐삐, 문자, 전화통화하기
요즘 mz세대에 맞게 업데이트되어서 재유행 중인 듯하다.
코인노래방,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스티커사진, 카카오톡, 인스타' 등 보기만 해도 추억이 방울방울 하다.
20대 : 대학생 + 연애 (2000년대)
결혼 전 아가씨 때라고 해야 하나? 뭐라고 지칭해야 할지 가끔 난감하다. 기분이 언짢거나, 안 좋을 때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일부러라도 잠을 청했다. 자고 일어나면 다 괜찮아졌었다. 대학생이 되어 술을 처음 맛보게 되었었다. 내 몸에 알코올분해효소를 평균이상 보유하고 있었다는 걸 주량으로 파악했다. 숙취가 있었으면 분명히 나는 안 마셨을 거다. 연애할 때는 늘 신나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던 것 같다. 그리고 쇼핑. 독서와 일기는 꾸준히 해왔던 것 같다. 볼링과 수상스키에 잠깐 빠져있었다.
30대 : 직장 + 연애 + 결혼 (2010년대)
직장생활 초반 주중에는 잠들기 바빴고, 금요일이나 주말엔 집에서 혼자 캔맥주 마시며 영화를 보거나 퇴근 후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며 건전하게 풀었다. 혼자 전시회 보러 다니는 걸 좋아했다. 종종 소개팅도 했다.
가끔 기분을 내고 싶을 때는 네일숍에 가서 케어를 받았고 마음에 드는 컬러를 바르고 나면 예뻐진 손에 기분이 좋았다. 또는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잘랐다. 삼손은 머리카락을 길러야 힘이 생기는데, 나는 머리카락을 잘라야 힘이 낫다.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어느덧 진급을 하고 회식도 잦았고, 술자리가 많았다. 주말에 등산도 다녔다. 2박 3일 지리산 종주 경험도 있다. 사회인으로 적응을 하고부터는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다녔다. 맛있는 거 먹고, 마시고, 쇼핑도 하고 반복된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자체가 해방된 느낌이었던 것 같다.
40대 : 육아 + 주부 + '나' (2020년대)
어느덧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키우다 보니 시간적 제약을 많이 받으므로 바로바로 할 수 있는 것 중에 먹는 걸로 주로 풀었던 것 같다(현재는 아니다). 육퇴 후 밤 10시 넘어 야식과 술을 마셨고, 힘들었던 하루를 그렇게 보상받으며 위로가 된 것 같았다. 10~30대 때 스트레스를 해소했던 방법들은 다 잊어버리고, 그런 생활을 거의 7~8년을 해왔다. 그랬기에 이런 습관을 교정하는데 앞으로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건 당연지사다.
정말 속이 시끄러울 땐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대청소 및 정리정돈을 했다. 이것도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야 가능한 얘기다. 가구도 이리저리 옮기고 묵은 먼지들을 다 쓸어내고 서랍속도 다 끄집어내어 차곡차곡 정리를 하고 나면 모든 게 잊혔다. 오히려 기분이 상쾌하고 나아졌다. 이제 보니 나는 깔끔하게 정리된 상태를 좋아하고 그걸 보면 마음이 편해졌구나. 지금도 정리정돈 하나는 자신 있다. 그래서 우리 집은 애들 있는 집 맞냐고 할 정도로 늘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다.
결혼 전 나 혼자일 때는 10대에서 30대까지 해왔던 모든 스트레스해소 방법들을 아이템 쓰듯이 주머니 사정과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나를 돌보았던 것 같다. 혼자가 아닌 몸이 되다 보니 거의 다 잊어버리고 살아서 먹고 마시기만 해서 이렇게까지 살을 찌운 게 아닐까?
브런치 작가가 되고 글을 쓰면서, 나를 돌보기로 했다. 그리고 앞으로 나이를 먹으면서 마음과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지속가능한 스트레스를 해소법을 찾아보았다. 나에게 집중하고 차분한 마음을 갖고 싶어 서예와 꽃꽂이를 시작했다.
서예
(書藝, calligraphy)
생애 처음으로 서예와 꽃꽂이를 배워본다. 서예야 초등학교 때 붓글씨라고 해서 몇 번 써봤던 것 같은데 싫어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좌 중에 그림이랑 서예 중에 고민하다가 서예가 더 끌려 선택했다.
첫 수업날 강사님께서는 붓을 잡은 지 25년 됐다고 하셨다. '붓을 잡은 지'라는 말이 너무 멋있었다. 나도 나이 들어서도 고상한 취미생활을 하며 매년 새해에 아이들에게 붓글씨로 덕담을 써주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첫날 붓잡는 법부터 배웠고 생각보다 잘 써졌다. 3시간이 금방 지나갈 정도로 재밌었다. 이 나이에 누구에게 칭찬 듣기가 쉽지 않은데 잘 쓴다고 금방 늘겠다며 칭찬으로 북돋아주셨다. 뭔가 학생시절로 돌아간듯했고 기분이 좋으면서 묘했다.
서예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하셨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세요!" 하시는데 듣는 순간 힘이 '빡' 났다. 서예에 묘한 매력이 있는 게 분명했다. 심신안정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선택했는데 이건 뭐 점점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커진다.
3번째 수업 자음을 연습했는데, 'ㅇ'(이응)이 맘처럼 잘 안 써져서 어려웠다. 한쪽으로 쏠리거나 크기가 작아지거나 커지기 일쑤였다. 'ㅇ'(이응)을 쓰려면 붓의 모(毛)들이 꼬이지 않게 끝을 잘 세워줘야 한다. 이응 모양이 제대로 나와도 붓의 모(毛)들이 돌돌 말려 꼬여있었다. 마음에 안 들었다. 선생님처럼 쓰고 싶었다. 계속 'ㅇ'(이응)만 주야장천 써 내려갔다. 최근 들어 한 가지 목표만 집중했던 적이 오랜만인 듯해서 나름 신선했다.
드디어 붓 끝이 꺾이지 않게 잘 세워서 방향도 크기도 맞게 썼고, 모(毛)도 가지런히 정갈하게 뻗어있었다. 와~ 이 뿌듯함+성취감 짜릿했다. 이런 작은 성취들이 모여야 원하는 행동 하나가 가능하다는 걸 몸소 겪고 알게 되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수많은 성취들을 경험해 봤지만 통찰은 생략됐었고 기분에만 취해있었던 것 같았다. 앞으로도 서예는 계속할 예정이다. 다음시간부터 궁서체와 캘리그래피를 배운다는데 너무 기대된다. 힘조절이 붓을 잡는 손끝만이 아니라 인생에서도 매우 필요하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그럼 화날 일도 줄어들 것 같은데 말이지.
꽃꽂이
꽃을 보면 기분 좋아지는 나이가 되었다. 화분을 선물 받으면 신경을 못써서 거의 말려 죽였다. 이 사 온 후 다섯 종류의 식물을 키우면서 꽃도 피어보고, 키도 키우고, 분갈이도 해주고, 새 잎이 나는 재미를 보니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물도 꼬박꼬박 제때 주면서 현재까지 잘 키우고 있다. 그러다 꽃을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수업날은 자유롭게 마음대로 꽂으라고 하셨다. 강사님의 터치는 내 취향과 안 맞았지만 이 또한 맞춰가는 법을 배우라는 하늘의 뜻이구나 라며 꽃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자라고 여겼다. 꽃꽂이의 세계도 흥미로웠다. 꽃에 따라, 화기(花器)에 따라 용도와 장소 등에 따라 등등 꽃을 돋보이게 하는 방법은 천차만별이었다. 각양각색의 사람성격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꽃을 다루는 방법을 통해 나와 다르고 내가 모르는 사람들을 대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았다.
더 신기한 건 같은 설명을 듣고, 같은 시범을 보는데도 꽃을 꽂는 사람의 성격이 작품에 묻어 나와 각자의 개성을 엿볼 수 있다. 이러면서 몰랐던 나의 모습을 또 알게 되었다. 이 재밌는걸 진작 배울껄그랬다. 계속하다 보면 유연한 태도의 나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출발점은 자기 자신이다.
취미부자가 되기로 한건 아니지만 다이어트 중에는 무언가에 집중하는 시간이 길 수록 유리하다. 일부러 오전 시간을 타이트하게 채웠다. 독서를 하고 글을 쓰고 무언가를 배우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숨구멍' 하나가 생긴듯하다. 이런 시간들이 필요했나 보다. 요즘 충만하게 내가 채워지고 있는 듯해서 행복하다. 그래서 그런 걸까? 다이어트도 무너지지 않는 날이 쌓여가고 있다. 하지 말라는 거 안 했더니 체중이 내려가고 있다. 전투력이 상승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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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콤달콤님의 이 글이 내 심정을, 상황을 대변해 주는 듯해서 반가웠다. 체중은 늘었으나 힘겨운 시간을 견뎌낸 증거라니? 훈장이라니? 그 말에 더 힘이 났다. 살이 찌면 장점보단 단점이 훨씬 많겠지만 장점도 있다는 걸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가장 큰 장점은 다이어트를 하면서 만난 인연들이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글을 연재한다는 소식을 들은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놈의 다이어트 덕에 우리가 만났네"
그러네 친구야. 벌써 너와의 인연이 20년이나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