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찌르기 공격이다. A가 찌른 사람, B는 찔린 사람이다. 물건은 빽다방 카페라떼 모바일 교환권. 서로 가격 줄다리기 중인가 싶지만 이건 엄연히 일방적 가격 후려치기이다. B는 ‘가격제안 불가’ 조건을 달아 2700원에 모바일 상품권을 당근마켓에 올렸다. A는 B의 의사를 깡그리 무시하고 가격을 싹둑 잘라 툭 톡을 던졌다. 무심코 던진 톡에 B는 발끈했다. 기분이 나빴다. 맘에도 없는 ‘죄송하다’라는 말로 대충 얼버무렸다. 뭐가 죄송하다는 거지? A의 무례함에 한마디 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미안하다는 건가. 이후로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B는 여전히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다. B의 짧은 답변에 대꾸는커녕 ‘읽음’ 표시도 없는 대화창을 보며 씩씩거린다.
당근마켓에서 훅훅 잽이 들어올 때가 있다.
특히 모바일 상품권 거래 시 많이 당했다. 커피 쿠폰이나 상품권이 생기면 현금으로 바꾸고 싶어 당근마켓에 올렸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는 3700원, 라떼는 4200원. 괜찮은 가격 같은데 더 깎으려는 사람이 왕왕 등장한다. 나보다 더한 님들이다.
그런 상황이 되면 나 자신에게 먼저 화살이 돌아간다. 뭐가 그리 속 좁게 구는 건지, 큰돈도 아니고, 그냥 줄 수도 있는 건데 왜 이리 찌질하게 매달리는 건지. 몇백 원이라도 더 받으려는 모습이 구차하게 보이는 거다.
그러면서도 아무리 그래도 ‘저런 닌간’들에게는 결코 호의를 베풀지 않겠다는 마지막 자존심을 내세운다. 한 방 먹이고 싶어서 생각해낸 게 거절 멘트를 날리는 거다. 근데 타격감은 제로인듯하고 결과적으로 나만 북치고, 장구치고 한 꼴이라면 열받는다. 별일 아닌 거로 감정이 널을 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도무지 꿍꿍이를 알 수 없는 사람들 당근마켓에도 있다.
‘가격 후려치고 튀는 님’말고 그나마 귀엽게 봐줄 만한 사람도 있다.
‘안녕하세요’ 간단히 인사를 건네고 사라지고
‘구매할게요.’ 하고 없어지고
물건 공부하듯 질문을 해대고는 자취를 감춘다.
떠보려는 건지, 간 보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문제는 내 반응이다. 하나라도 더 팔려는 기대감에 어떤 톡이든 그린라이트로 본다. 한마디 던지고선 님은 떠났는데 혼자 남은 그 톡 방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화창을 예의주시한다.
감정 소비, 시간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몇십 번 허탕을 치고 나서야 결론을 냈다.
뜨내기 당근러가 많으니 걸러낼 님은 걸러내자.
그 한마디에 심쿵하지 말자.
그냥 있자니 심심해서.
물수제비나 뜨려고 던지는 돌멩이다.
거기에 놀아나지 말자.
오늘도 마음을 잡아본다.
P.S 찔린 사람은 찌르는 사람의 의중을 모른다. 찔려서 억울할 뿐이다.
찌르는 사람은 찔린 사람의 심정을 헤아릴까? 모를 거다. 장난 전화하듯 찔러놓고 재밌어할 거다. 펜싱 경기에서 상대방을 찌르고 득점했다고 환호하듯 좋아할지도.
여기서 할 얘기는 아니지만...
찌르기 대장님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그만 찔러라.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