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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미 Dec 09. 2024

한국도자기와 포트메리온의 격차

1등급 올리기

당근마켓에서도 알고리즘이 적용되는 모양이다. 은근슬쩍 깔아둔 CCTV에 수십 건의 검색기록이 찍히고, 내 관심사에 맞춘 페이지가 열린다. 메인 페이지에는 내가 클릭했거나 판매하려고 올린 물건과 관계되는 것들이 줄줄이 뜬다. 괜찮다 싶은 물건을 누르면 비슷한 물건이 같이 보여서 이것저것 비교해보며 쇼핑하기에 좋다. A, B, C 몇 가지 선택지를 두고, 추려가면서 결정하는 게 보통이다. 왠지 합리적으로 소비한 듯하다.    

 

내가 올린 물건 역시 다른 구매자에게 비교 대상이 될 거다. ‘좋아요’ 개수가 낮은 걸 보면 후보에도 못 들어가고, 이미 탈락한 게 많은 듯하지만. 

비교해서 고르는 게 당연하다 여겼는데 비교당하는 처지에 놓이니 뭔가 달라진다.     



한번은 주방 정리하면서 그릇 몇 개를 나눔으로 올렸다. 1인 가구가 쓰던 식기라 소꿉놀이처럼 단출하다. 사용감이 있다고 솔직히 말하고, 사진을 첨부해서 나눔 포스팅을 올렸다. 그리고 메인 화면으로 넘겼는데 다른 그릇 나눔글이 보였다.  




     


‘포! 트! 메! 리! 온!’을 그냥 주신단다. 

그것도 3종이나. 나눔으로 내놓은 내 접시 뒷면에는 ‘한국 도자기’가 적혀있다. 덕지덕지 붙은 사용감 때문에 그 글자도 희미하다. 포트메리온 쟁반은 먼지만 털면 새삥이란다. 통 큰 기부식 나눔에 깨갱, 움찔했다. 같은 나눔이라곤 하나 노는 물이 확실히 달랐다. 수영장 맨 가장자리 라인에서 발차기하다가 가쁜 숨을 잠시 고르던 중 옆 라인에서 물살을 가르며 버터플라이 영법으로 치고 나가는 사람을 보는 기분이었다.      


수준별 나눔 학습

빈부 차. 소득 차이. 등급 차이. 체급 차이. 상대적으로 비교하다 보면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나눔에도 수준 차이가 있다. 당근마켓에서는 매너 온도랑 상관없이 나눔 숙련자가 종종 활동한다. 그에 비해 나는 아직 물장구치는 정도지만 점점 나눔 온도가 높아질 거라 기대해 본다. 아까운 마음과 인색함으로 나눔에 발조차 담그지 못했던 처음과 비교하면 벌써 등급이 올랐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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