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하자, 그게 속편해
더치페이? 먹는 건가?
요즘은 결제수단이 다양하다. 온, 오프라인 결제 시 신용카드뿐 아니라 결제 플랫폼도 많다. 예전에는 페이북, 페이코를 주로 썼다면 요즘엔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를 애용한다. 혜택 따라 골라 쓰는 재미가 있다.
이보다 전에 겪었던 내 생애 어처구니없던, 참으로 희한했던 결제방식은 '더치페이'였다. 처음에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니꺼 내꺼 몫을 갈라서 각자 낸다고? 껄끄럽고 정나미가 없어 보였다.
더치페이를 처음 알게 된 건 어느 서울 사람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더치페이'하면 머릿속에 알고리즘으로 '서울 사람'이 뜬다.
내 나이 스물여섯에 처음, 제대로 된 서울깍쟁이를 만났다. 대한민국이 아닌 타국에서 만난 한국인 유학생이었다. 워홀로 캐나다에 갔다가 알게 된 친구였다. 밥값을 N 분의 1로 나눠서 내란다. 그때는 식사자리에서 영수증 쪼개기가 없었다. 한 사람이 통으로 전부 계산하면 나머지 사람은 예의상 미안한 기색을 보인다. 그리고 찻값으로 퉁치거나 다음을 기약하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근데 밥값을 쪼갠다고? '콩 한 쪽도 나눠 먹자'라는 건가? 너 한번 나 한번 돌아가며, 둥글게 둥글게 수건돌리기 하듯 순서대로 하면 될 텐데. 나름 문화충격이었다. 당혹스러웠다. 인상이 좋지 않게 남았다. 제 것만 생각하는 얌체. 정나미가 뚝뚝 떨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그거다.
니가 한번 내가 한번 돌아가며 내던지, 건건히 내던지 별반 다르지 않은데도 그때는 크게 잘못된 것처럼 길길이 날뛰었다. 난 정말 민망했으니까. 니꺼 내꺼, 네가 먹은 거 내가 먹은 것 구별하는 게 무안하고, 입에 올리기가 쪼잔해 보였다. 그런데 아무렇지 않게, 감정 섞지 않은 채 얘기하는 친구를 보면서 '철면피', '정떨어진다'라고 단정했던 것이었다.
자연스레 나도 깍쟁이가 되었다. 뿜빠이해서 계좌이체 하는 게 이제는 자연스럽다. 내가 먹은 건 내가 낸다. 당근마켓에서도 깍쟁이 행세를 한다. 내 물건이니까 적정한 대가를 받고 전달하는 게 당연하다. 소유권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 중이다. 그래서 가격 네고 문의만 받아도 기분이 별로다. 깎아주지도 않는다. 나눔은 그렇게나 받으면서도 그냥 거저 주라고 하면 손이 덜덜 떨린다. 어찌 보면 정말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 된 듯하다.
편하긴 하지만, 당근 깍쟁이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하다. 쩨쩨하게 네 것, 내 것 가르지 말고, ‘네 것은 네 것, 내 것도 네 것’을 외칠 수 있는 대인배였으면 좋겠다. 결제금액 나누기 대신, 내 것을 나누는 그런 사람을 꿈꾼다. 이상향에 계실 듯한 호인이 실제 당근마켓에서 활동하신다. 나눔의 아이콘이다.나도 그 발자취를 따라가고 싶지만, 그 길에 걸림돌이 있다. 다음 편에 얘기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