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expected to R
푹신해 보이는 땅에 이름표 막대기가 꽂혀있다. 양평에 있는 화덕피자집에 갔다가 찍은 사진이다. 예쁜 텃밭 같은 정원에 둘러싸인 아기자기한 식당이었다. 한쪽에 이름표가 잔뜩 꽂힌 맨땅이 보였다. 엄밀히 말하면 빈 땅은 아니었다. 여기에다 여러 씨앗을 심어놓은 듯했다. 이름도 제각각이다.
산타, 트위스트, 로열, 옥상달빛, 비스트로, 쇼앤텔, 노랑, 블랙잭
저게 진짜 식물 이름일까? 그냥 봐도 무슨 풀인지 모르는데, 이름만으로 분간하는 건 나에겐 하늘의 별 따기다. 가게 주인아주머니가 직접 붙이신 이름이라면 센스가 좋으신 듯. 재밌는 게 꽤 보인다.
파릇파릇한 게 하나도 없었는데도 곧 움이 틀 것 같았다. 꿈틀대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피사체도 딱히 보이지 않는 이런 사진을 찍었다.
기다리는 시간이다.
땅속에 심긴 씨앗은 따뜻한 날을 기다릴 거다.
여기 주인아주머니도 땅 밖으로 싹이 돋아나길 손꼽아 기다리겠지.
기다림에는 '가능하다'라는 믿음이 있다. 기대하는 것이 이뤄진다는 것을 믿고 기다린다. 땅속에 심어진 생명이 싹틔우길 믿고, 기다린다. 언젠가 싹이 터서 잎이 나고 가위바위보 하는 날을 꿈꾼다.^^
기다리는 일이 진짜로 일어날지 아닐지 수치상 확률은 다르다. 가능성에도 높낮이가 있다. 싹이 트는 봄을 기다린다면? 그건 가능성 99.9% 정도 되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 봄이 오는 건 당연하다. 때가 되었는데도 봄이 오지 않는다면 모두들 이상하게 여길거다. 기후위기로 짧아진 봄과 가을이 아예 없어져 버렸다며 경각심을 느끼고, 비상 대책을 마련하겠지.
봄이 오는 것처럼 웬만해서는 일어나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 우리가 예상하고, 계획한 대로 우리는 하루를 일정한 방식으로 살아간다. 월요일이면 나는 여섯 시 반쯤 일이 끝난다. 그리고 나고 퇴근길 손님으로 비좁은 8호선에 내 몸을 구겨 넣을 거다. 그게 싫으면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따릉이를 굴리겠지.
expect Sb/Sth to 동사원형
=Sb/Sth is expected to 동사원형
Sb/Sth가 동사할 것으로 기대한다. 예측한다.
expect는 '막연한 기대'보다 '웬만한 예상'에 가깝다. 가능성이 희박한 일을 간절히 바라고, 기대하는 건 hope가 어울린다. 일정상, 계획상 하기로 한 일, ’OO라면 OO 해야지‘ 같은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역할, 암묵적 약속 등을 expect로 표현한다.
버스가 올 때가 되었는데.
역사 선생님 3교시 수업할 건데.
2시 예약 손님은 인플란트하기로 했어요.
오늘 강의 20명이 신청해서 자리가 꽉 차겠네요.
살 뺀다고 걔 오늘 밥 안 먹을 거야.
취업준비 슬슬 해야하지 않겠어?
expect는 담담한 일상의 기다림 같다. 마음 졸이지 않고, 편안하게 기다리는 시간이다. 예상치 못한 일이 불쑥불쑥 끼어들어 마음을 헤집지도 않는다. 알정 시간이 되고, 생각한 대로, 예상했던 일이 일어나는 일상의 평온함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