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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가 아닌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by 자몽씨

코로나가 터지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자연스레 많아졌고, 당시 신혼이었던 저는 요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요리 하나를 하는데 시간이 참 오래도 걸렸어요. 프라이팬이며 주방용품이며 이것저것 다 꺼내서 사용하다 보니 설거지 거리도 엄청나게 쌓였습니다. 요령도 방법도 없던 부족하고 미숙했던 요린이었어요.


레시피는 뭐가 그리 다양한지 뭐 하나를 만드려고 해도 레시피 찾는 게 일이었어요. 엄마에게 전화를 하면 늘 알쏭달쏭했고 결국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찾아보며 ‘엄마가 말한 게 이 정도였구나~’ 하며 익혀갔습니다.


우당탕탕 요리를 하고 나면 나름 제 자신이 뿌듯하고 신기해 요리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쌓인 사진을 앨범에만 두는 것이 아깝단 생각이 들었고, 저도 기록이란 걸 해보고 싶었습니다.


SNS로 제 일상을 보여주는 것은 쑥스러워 세줄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익명성이 보장되면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좋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친구에게 인스타를 권유받았고 ‘시작해 볼까?’라는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팔로우 팔로워의 개념도 몰라 “이건 뭐야? 저건 뭐야?” 라며 물어보며 시작했어요.(웃음)


그렇게 인스타로 집밥을 처음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메뉴 이름만 달랑 올렸어요. 시간이 지나니 저도 자연스럽게 글이라는 걸 쓰게 되더라고요. 맛은 어땠는지, 무슨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말이에요.


점점 욕심이 나더라고요.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요리영상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곤 레시피를 공유하게 되었어요.


요린이가 만들어봤자 얼마나 잘 만들었겠어요. 누구나 아는 레시피, 특별하지 않은 메뉴들. 영상도 손으로 들고 찍어 흔들흔들거려 볼품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핸드폰 삼각대를 사고, 만 원짜리 조명도 하나 샀어요.




인스타를 하면서 성장하는 제 모습이 좋았습니다. 공부를 하게 되더라고요. 식재료에 대한 이해, 메뉴와 레시피에 대한 고민, 영상과 사진에 대한 공부.


그런데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어요. 조회수는 낮았고 팔로우는 늘지 않았어요.


열심히 하면 1달, 3달 만에 이룰 수 있다는 1만 팔로우도 저는 1년이 되어서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정말 맨땅에 헤딩이란 말처럼 인스타에 대한 것도 요리에 대한 것도 아무것도 모르는 삐약이가 누군가의 도움 없이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시도하며 얻어낸 결과였어요.


너무 뿌듯해 1만의 순간을 캡처해 아직도 저장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인스타를 그렇게 썩 잘하지는 못합니다.(웃음) 느리고 다른 길로 새어 길을 잃어버려도 이 또한 경험이니라~ 하고 꾸준히 그저 성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레시피만 올리다 보니 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곳이 필요했어요. 사람들이 궁금한 건 맛있는 메뉴, 레시피지 제 이야기가 궁금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반찬 하나를 만들더라도 만들고 먹는 것에 대한 끝이 아니라 여기에 얽힌 저의 소박한 일상을 그리고 살아온 저의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습니다. 가난했던 시간, 부끄러웠던 시간, 행복했던 시간, 가슴이 따뜻했던 시간을 가감 없이 말이에요.


그러다 찾은 곳이 바로 이곳 브런치입니다. 그런데 브런치도 쓰다 보니,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다 보니 또 레시피를 올려야겠다는 강박적인 마음이 들더라고요.


레시피를 벗어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찾은 곳인데 또 레시피를 쓰고 있었습니다.


30화를 넘어 더 많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젠 정말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깊은 고민의 시간을 가져봐야 할 것 같아요.


비록 남들에게는 재미없는 지나가는 사람의 이야기라 할지라도 진정한 제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어요.


그동안 저의 집밥이야기를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계절이 바뀌고 잊혀질 때쯤 다시금 짠~ 하고 나타날게요. 기다려주세요.(웃음)


그럼 오늘도 소박한 행복을 느끼는

평범하고 무탈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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