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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기억력을 높이는 이론적인 방법

by 생각하는뇌


학교에서 공부할 때 우리가 흔히 "너 기억력이 좋다", "너 기억 잘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친구들이 똑똑해보일 때 흔히 기억력이 좋다고 표현하곤 하는데, 그러면 우리가 기억력을 높이려면 무엇을 좋게 만들어야할까? 기억의 과정을 다시 되새겨보자. 우리는 기억에서 해마를 통한 저장 - 불러오기 과정을 거친다. 즉 이 저장 과정, 그리고 불러오는 과정을 더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다면 기억력을 높일 수 있다. 물론 저장 이전에 내가 읽는 것에서 중요한 부분을 잘 찾을 수 있는 능력도 기억력에서 하나의 큰 축을 차지할 것이다(흔히 요점 정리라고 하는 것). 그렇지만 사람마다 어떤 것에 더 잘 반응하는지에 대한 영역은 후천적인 노력으로 다루기 힘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우리가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아도 화가 나고, 슬프고, 웃긴 것처럼 말이다.


기억력을 높이는 방법


그러면 저장 과정에서 기억력을 높이는 것은 가능한가? 1999년 조 첸(Joe Z. Tsien) 박사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참고로 조 첸은 앞에서 언급한 노벨상 수상자 에릭 캔들과 도네가와 스스무와 함께 연구한 적이 있는 베테랑이다). 기억을 저장하는 기초적인 단계인 시냅스에서 우리는 수용체가 장기 증강(LTP)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조 첸 박사는 여기에서 수용체의 수를 인위적으로 늘리면 정말 기억력이 좋아질까 궁금해져 NMDA 수용체의 부품인 NR2B를 더 많이 발현시켰다. 그러자 더 많이 NMDA 수용체가 만들어진 생쥐가 미로를 익히는 능력이 높아진 것이 아닌가! 물론 이 실험은 공간 기억에 한정된 이야기지만, 우리 사람에게도 NMDA 수용체가 기억에 중요한 만큼 수용체의 수를 늘린다면 우리의 기억력도 좋아질 것이다.


또한 불러오기 과정에서도 기억력을 높일 수 있다. 더 잘 불러오기는 솔직히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설명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기억을 불러올 때의 불상사를 막을 방법은 있다. 기억은 영원하지 않다. 그렇기에 기억을 불러올 때 우리가 잊었다면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 할 것이다. 이런 불상사를 막으려면 기억한 것을 잘 잊지 않아야한다. 2002년에 스위스 연구자들은 PP1(Protein phosphatase 1)이라는 효소가 기억을 잊게 만드는 요소라는 것을 밝혀냈다. PP1은 탈인산화효소인데, 이는 인산을 떼어내는 효소라는 의미이다. 우리가 기억을 할 때 L-LTP를 만들기 위해서는 유전자 공장을 가동시켜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인산을 붙이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PP1은 인산을 떼낸다. 즉, 그런 과정을 억제해서 기억이 만들어지는 것을 방해하거나 안 쓰는 기억을 없어지게 만든다. 그러니 만약 PP1의 작용을 억제할 수 있다면 우리가 더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고, 필요할 때 기억을 더 잘 꺼내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위의 이론을 토대로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생물학적으로 검증된 기억력을 높이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다음 시간에 그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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