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많은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작게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오는 노트 필기 방법부터, 크게는 공부 시간과 학습 효율까지. 그 중에서 한 가지를 먼저 살펴보자. 공부에 있어서 예습이 좋을까, 복습이 좋을까? 예습은 미리 공부할 내용을 훑어서 수업 시간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반면 복습은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머릿속에서 정리하도록 도와준다. 그렇다면 둘 중에 더 효과적인 것은 무엇일까?
정답은 반복이다. 예습은 미리 학습한 내용을 수업시간에 반복하도록 만들어주고, 복습은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스스로 여러번 반복한다. 그리고 기억에 있어서 반복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존재다. 왜냐하면 우리의 뇌는 일정 시간 동안 동일한 신호가 계속해서 반복해야만 장기 증강(LTP)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L-LTP는 발생까지 수십 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그 정도의 시간을 반복할 수만 있다면 예습이든 복습이든 큰 상관이 없다.
다만 성과에 있어서는 복습이 예습보다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있다. 이혜정 박사는 서울대 학생들 중 A+에 가까운 성적을 받은 학생들 1231명을 대상으로 공부법을 조사한 적이 있다. 그리고 대다수의 학생들이 예습보다는 교수들의 말 하나하나 받아적고 그걸 정리하는 방식의 철저한 복습을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러한 현상을 뇌과학적으로 생각해본다면, 보통 예습보다는 복습에 걸리는 시간이 더 많은 만큼 반복이 더 많이 일어날 것이다. 거기에 이미 공부해야할 내용이 무엇인지 아는 상황에서 반복하는 것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보다 더 쉬울 것이다. 그렇지만 복습은 주어진 내용을 기억하려고 애쓰느라 예습보다 추가적인 상상이나 질문을 만들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그렇기에 예습과 복습, 두 방법에 대한 우열을 가리기 보다는 각자에게 알맞는 비중을 찾아가는 편이 더 낫다.
그렇다면 단순히 시간을 늘리기만 하면 해결되는 것일까? 물론 기억하기만을 원한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는 이 정도 답변에 만족할 수 없다. 우리는 남들보다 더 잘 기억하기를 원한다. 똑같은 내용을 공부해도 저 친구는 두 번만 보고도 외워버리는데 나는 수십 번을 봐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니, 참으로 억울한 노릇이다.
그래도 한 가지 희망적인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을 쓰는 것은 해마의 장기 기억 생성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왜냐하면 해마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더 많이 해마에 집어넣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고, 동시에 꽤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만 사용 가능한 방법이다.
바로 감정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놀랍게도, 감정이 수반되는 기억은 그렇지 않은 기억보다 더 잘 기억된다. 우리가 어제 먹은 저녁 식사는 잊어먹어도 3년 전에 본 영화의 명장면은 기억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단순히 그 영화가 더 많은 정보를 가졌기 때문이 아니다.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 때문에 해마에 더 많은 신호가 들어와 기억으로 저장될 수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걸까?
기억을 하기 위해 해마로 정보를 보낼 때 쓰는 경로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후주위 피질(posterior parietal cortex)을 이용해 기억을 보내는 경로이고, 다른 하나는 감정 처리의 중추인 편도체(amygdala)를 경유하는 경로이다. 그런데 기억이 만들어질 때 후주위 피질과 편도체를 단독으로 자극했을 때에는 정보가 해마에 전해지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오로지 둘을 같이 자극했을 때에만 해마까지 정보가 전해졌다. 즉 감정 정보와 상세 정보가 다른 경로를 통해 지나가 해마에서 합쳐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화를 본다면 그 영화의 감동적인 장면, 그 때 들리는 아름다운 선율에 떨어지는 뜨거운 눈물과 같은 감정을 수반하는 편도체로 지나간다. 반면 영화의 상세한 줄거리나 등장인물의 배우가 누구인지, 그 제목이 무엇인지 등의 상세한 정보는 후주위 피질로 들어간다. 이 상세 정보가 감정 정보의 도움을 받아 해마로 전달되기 쉬워진다.
재밌는 점은 강렬한 감정을 불러오는 사건은 그 뒤에 오는 다른 조그만 사건들도 함께 기억하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당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즐기고 그 직후 공부를 한다면 그 공부 내용이 더 잘 기억될 확률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가수의 신곡을 듣고 공부를 한다거나, 아니면 좋아하는 디퓨저나 향수를 뿌린 방 안에서 공부를 한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런 방식의 사례는 꽤 여러가지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감정이 클수록 뒤에 오는 정보가 더 잘 기억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여러가지를 병행해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언제 기쁘고 언제 슬픈지, 어떤 감정이 내게 가장 크게 다가오는지를 알아야한다는 점이다. 즉, 자신에 대한 메타인지가 기억력을 높이는 데에 있어서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