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공부할 때 우리가 흔히 "너 기억력이 좋다", "너 기억 잘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친구들이 똑똑해보일 때 흔히 기억력이 좋다고 표현하곤 하는데, 그러면 우리가 기억력을 높이려면 무엇을 좋게 만들어야할까? 기억의 과정을 다시 되새겨보자. 우리는 기억에서 해마를 통한 저장 - 불러오기 과정을 거친다. 즉 이 저장 과정, 그리고 불러오는 과정을 더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다면 기억력을 높일 수 있다. 물론 저장 이전에 내가 읽는 것에서 중요한 부분을 잘 찾을 수 있는 능력도 기억력에서 하나의 큰 축을 차지할 것이다(흔히 요점 정리라고 하는 것). 그렇지만 사람마다 어떤 것에 더 잘 반응하는지에 대한 영역은 후천적인 노력으로 다루기 힘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우리가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아도 화가 나고, 슬프고, 웃긴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 저장 과정에서 기억력을 높이는 것은 가능한가? 1999년 조 첸(Joe Z. Tsien) 박사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참고로 조 첸은 앞에서 언급한 노벨상 수상자 에릭 캔들과 도네가와 스스무와 함께 연구한 적이 있는 베테랑이다). 기억을 저장하는 기초적인 단계인 시냅스에서 우리는 수용체가 장기 증강(LTP)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조 첸 박사는 여기에서 수용체의 수를 인위적으로 늘리면 정말 기억력이 좋아질까 궁금해져 NMDA 수용체의 부품인 NR2B를 더 많이 발현시켰다. 그러자 더 많이 NMDA 수용체가 만들어진 생쥐가 미로를 익히는 능력이 높아진 것이 아닌가! 물론 이 실험은 공간 기억에 한정된 이야기지만, 우리 사람에게도 NMDA 수용체가 기억에 중요한 만큼 수용체의 수를 늘린다면 우리의 기억력도 좋아질 것이다.
또한 불러오기 과정에서도 기억력을 높일 수 있다. 더 잘 불러오기는 솔직히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설명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기억을 불러올 때의 불상사를 막을 방법은 있다. 기억은 영원하지 않다. 그렇기에 기억을 불러올 때 우리가 잊었다면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 할 것이다. 이런 불상사를 막으려면 기억한 것을 잘 잊지 않아야한다. 2002년에 스위스 연구자들은 PP1(Protein phosphatase 1)이라는 효소가 기억을 잊게 만드는 요소라는 것을 밝혀냈다. PP1은 탈인산화효소인데, 이는 인산을 떼어내는 효소라는 의미이다. 우리가 기억을 할 때 L-LTP를 만들기 위해서는 유전자 공장을 가동시켜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인산을 붙이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PP1은 인산을 떼낸다. 즉, 그런 과정을 억제해서 기억이 만들어지는 것을 방해하거나 안 쓰는 기억을 없어지게 만든다. 그러니 만약 PP1의 작용을 억제할 수 있다면 우리가 더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고, 필요할 때 기억을 더 잘 꺼내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위의 이론을 토대로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생물학적으로 검증된 기억력을 높이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다음 시간에 그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