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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한강작가에게 영감을 준"사자왕 형제의 모험"
노벨문학상 한강작가를 기억하며..
by
낮은소리
Jan 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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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장편동화
한국인 소설가 한강의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은
그녀
의 수상소감처럼
“
매우 놀랍고 영광스럽다
”는 말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큰 영광이었다.
수상 발표 이후 언론은 물론 여러 매체를 통해 그의 작품에 대한 찬사와 함께
많은
이야깃거리가 나오고 있는데 칭찬 일색에서부터 터무니없는 험담에 비판까지...
물론 같은 현상을 보는 수많은 생각과 판단은 늘 있는
일이지만
부정적인 논평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정도로
흘려들으면 될 일이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가장 우선 해야 할 일은 ‘축하와 감사’ 일 것이다.
그동안
번역본으로만 접했던 노벨문학상 수상작품들을 읽을 때면
‘이런 단어와 이런 문장의 뉘앙스는 원서의 원어로는 어떻게 표현되고 어떻게 느껴질까
?
’라는
막연한 의문을 갖곤 했는데 오롯이 우리 글과 우리 감성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준
작가에게 박수를, 그런 언어의 벽을 넘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에 대한
축하를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사실 5.18 광주민중항쟁과 제주 4.3 사건을 다룬 그의 작품을 선뜻 집기에는
약간의 망설임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녀
의 작품 ‘채식주의자’의 일부 문장이
폭압적이고 공포스럽다는 비평도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녀
의 작품은 천천히 계획과 마음의 준비를 갖추어 읽기를 권장하며,
우선 눈에 들어온
그녀
의 인터뷰 속에서 그에게 소설적 영감을 준 작품 중 하나라고 한
스웨덴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 소개해본다
.
그가 “인간과 삶, 죽음에 대한 의문을 이 책으로 연관 지을 수 있었”다고 했으며,
노벨문학상 위원회의 성명에서도 “그녀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갖고 있고,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라고 평가했다.
주인공 형제의 성은 ‘레욘’이다. 형 요나탄 레욘은 뛰어난 외모와 성품으로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13살 소년이었지만 화재 속에서 동생 칼 레욘을 구하다 사망한다.
.
요나단 례욘의 선생님은 용감하고 다정했던 그 아이에게 ‘사자왕 요나탄’ 이라는 별명을 지어준다
하지만 동생 칼 레온은 매부리 코에 덥수룩하고 거친 머리 결을 가진데 다가
한쪽 다리마저 저는
소위 볼품없는 아이였다.
형 요나탄이 사고로 죽고 얼마 후 동생 칼도 세상을 떠나지만
형제는 먼 우주의 또 다른 세상인 낭기열라에서 다시 만나 놀라운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죽을 것만 같던 기침도 멈추고 절룩거리지 않아도 되는 튼튼한 다리를 갖게 된 칼은
아름다운 낭기열라의 벚나무 골짜기에서 자신이 너무나도 사랑하는 형 요나탄과 함께 살게 되어
즐겁고 행복했지만 낭기열라의 또 다른 마을인 들장미 골짜기를 점령한
텡일이라는 폭군을 처단하고 무시무시한 괴물과의 싸움에 용감히 나서게 되면서
‘사자왕 요나탄’과 그의 동생이 아닌 ‘사자왕 형제’라는 칭송을 듣게 된다.
책의 말미에 -여름의 소년들에게-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서평을 접할 수 있다.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기억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느끼는 혼란.
작가 한강이 9살에 어른들의 이야기를 귀동냥으로 들은 광주사태와
2년 후 아버지가 광주를 다녀오며 가져오신 사진첩에서 본 처참한 당시의 현장,
그리고 또다시 1년이 지난여름 접하게 된 ‘사자왕 형제의 모험’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일반적인 동화책과는 다르게 초반부터 주인공이 죽는다.
물론 또 다른 세계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것이라는 전제가 있었지만
책장을 몇 장 넘기지 않았는데 벌써 주인공이 죽는다는 내용은 12살 소녀에게
분명 큰 충격이었을 테고 죽음이라는 설정은 자연스럽게 사진첩에서 보았던
총검으로 으깨어진 소녀의 처참한 모습을 연상시켰을 것이다.
그리고 텡일의 폭정에 맞서는 민중, 괴물 카틀라와의 목숨을 건 싸움.
결국 모두가 즐겁게 놀면서 서로서로 돕는 요정의 세상인 낭길리마로 가기 위해
요나탄을 등에 업고 카르마니아카의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리는 용감한 ‘사자왕 칼’.
그렇게 1983년 작가가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읽은 시점은 작가의 기억 속에서
광주민주화항쟁이 일어났던 1980년으로 남게 되며 기억과 사실은 동일시된다.
기억은 회상될 때마다 끊임없이 재편성된다고 한다. 우리의 뇌는 어떤 사건에 대한 기억을
사진처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몇 개의 대표적인 단어나 느낌으로 저장하기
때문이다.
어찌 됐건 오래간만에 읽은 일인칭 화자시점의 동화는
이미 어른이 된 내게 새롭고 흥분되는 놀라운 영감을 주지는 못했지만
많은 생각을
돼 뇌이게 해주는 특별한 존재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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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유행은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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