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대륙, 1번째 나라, 3번째 도시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산, 킬리만자로를 올라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기왕 탄자니아에 온 거 가장 가까운 곳에서 킬리만자로를 바라보고 싶어서 모시를 가기로 결정했다.
잔지바르에서 모시를 가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1. 잔지바르에서 페리를 타고 다르에스살람 시내로 이동
2. 다르에스살람 시내의 포스타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우봉고 터미널로 이동
3. 우봉고 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모시 버스 터미널 이동
길은 복잡하진 않지만, 페리와 버스를 갈아타야 하고 소요시간도 12시간 정도가 예상되어 잔지바르에서 아침 7시에 출발하는 고속페리를 타기로 했다.
들어올 때 입국 절차를 거쳤던 것처럼, 나름의 출국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페리 터미널에 1시간 일찍 도착하기로 했고, 여행객들도, 현지인들도 거의 없어 조용한 잔지바르 길을 남편과 둘이 걸어 나왔다.
다르에스살람에 도착해서 포스터 정류장에서 탄 우봉고터미널행 버스는 2칸이 연결된 익스프레스 버스로 깨끗한 새 버스라 모시까지 가는 길이 생각보다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 생각은 우봉고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사라졌다.
우봉고 터미널에는 모시를 가는 시외버스가 여러 대가 있었다.
회사마다 다른 버스였던 듯한데, 한 버스회사의 직원에게 모시를 간다고 말을 하고 그 버스로 이동하는 중에 순식간에 모시 가는 버스를 운영하는 여러 회사의 직원들에게 둘러싸였다.
그리고 그때부터 원래 우리를 버스로 인도하던 직원과, 다른 버스회사의 직원들이 우리를 잡아당기면서 싸움을 시작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있는지라 몸이 휘청휘청거리고, 그대로 더 있다가는 넘어진 채로 저 사람들한테 밟힐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서워졌다.
이 순간이 우리가 여행하면서 다칠 수 있고, 위험하다 생각했던 워스트 순간 3위안에 들지 않았나 싶다.
원래는 버스비를 결제한 후 좌석을 배정받고, 배낭도 버스 하단에 미리 싣고 타야 했지만 딴 회사에 손님인 우리를 뺏기고 싶지 않았던 직원은 우리가 배낭을 멘 채로 처음에 안내받은 버스로 일단 뛰어 들어가는 걸 제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버스 안에서 여유 있게 돈을 받고, 우리의 가방을 챙겨 나가 짐칸에 실어주었다.
버스에 탄 유일한 외국인이었던 우리는 버스가 휴게소에 서면 눈치껏 내려서 화장실을 다녀왔고, 휴게소의 유일한 식당에서 다른 사람들이 음식을 주문하는 모습을 눈치껏 보고 주문해서 허기를 달랠 수 있었다.
현지인들 사이에 둘러싸여서 그들의 싸움을 눈앞에서 목격한 우리는 버스가 제발 제시간에 도착해서 모시에 도착했을 때 어두운 데서 위험한 상황이 생기지 않기만 바랬는데 우리의 바람과 달리 버스는 중간에 한번 멈춰서 2시간을 대기했다.
탄자니아에서는 도로에 대통령이나 고위 정치인들의 차가 지나가면 다른 차들은 그 차가 모두 지나간 후에 움직일 수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진짜 대통령이라도 지나갔던 걸까?
고급차들의 행렬이 지나가고, 길 옆에 사람들이 환호하고 있고, 우리 버스는 몇 시간째 그냥 멈춰 서있는 상황인데 나와 남편을 제외한 현지 탑승객들은 익숙한 듯 평온해 보였다.
주변이 점점 캄캄해지고 밤 10시가 돼서야 모시에 도착해서 안전을 걱정했는데 다행히 이곳은 가로등이 많았고, 버스에 내려서 이동하는 사람들도 많아 안전하게 숙소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휴.. 보통 버스에서 이동할 때 잘 자는 나인데 이날은 새벽에 나와 밤늦게 도착할 때까지 마음 졸이며 긴장상태로 보내느라 더 피곤했던 날이라 숙소에서 정말 꿀잠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