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아니아대륙, 1번째 나라, 2번째 도시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호주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도시 간 이동이 가능하다.
멜버른에서 시드니로의 이동 시 기차는 출발시간 변경이 잦고, 버스로 대체되는 경우도 많다 해서 염두에 두지 않았고 저렴한 버스는 배낭여행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지만, 호주의 땅이 워낙 크다 보니 소요시간이 상당했다.
버스로 멜버른에서 시드니까지 약 12시간 정도가 소요되는데 우리는 다음 나라인 싱가포르까지 이동할 항공권을 저렴한 날짜에 맞춰서 이미 구입한 상태라 이동하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1시간 30분밖에 안 걸리는 비행기를 선택해 최대한 저렴한 호주 국내선 항공사와 시간대를 찾아서 티켓을 구매했다.
그렇게 이동한 시드니에서 처음으로 이용하게 된 에어비앤비 숙소.
멜버른에선 남편이 호스텔의 도미토리를 이용해 보고 싶다 해서 시내에 있는 호스텔로 숙소를 이용했었는데 남편이랑 같은 방을 쓰기 위해 예약한 혼성 도미토리는 아무래도 모르는 투숙객이 섞인 공간에서 가려가면서 옷을 갈아입는 것, 늦게까지 놀다 들어왔을 때 불이 다 꺼진 숙소에서 씻으러 왔다 갔다 하는 것 등 영 불편해서 바로 2인 룸으로 바꿨었다.
짧은 기간의 여행이 아닌 만큼, 앞으로도 도미토리에서 묵는 건 우리한테 안 맞을 듯하여 2인이 묵는 개인룸 위주로 숙소를 알아봤는데 당연하게도 호텔은 장기 여행자가 감당하기엔 너무 비쌌다.
그리고 대부분의 도시에서 호스텔의 2인 룸보다도 에어비앤비 숙소의 방 하나를 빌리는 것이 저렴해서 시드니 이후론 거의 에어비앤비 숙소를 이용했다.
시드니 숙소는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한적한 동네에 있었다.
관광객은 없을 것 같은 동네에 마당 딸린 단독주택들이 줄지어 있는 동네였고, 우리가 묵을 숙소 역시 1층짜리 단독 주택에 마당이 딸린 집이었다.
이 집에는 주인이 사는 방 1개, 우리와 같은 투숙객을 위한 방 2개가 있었는데, 우리가 머무는 기간에는 집주인과 우리만 그 집을 이용했다.
성격 좋았던 우리의 첫 집주인은 맨발로 집 안과 마당을 왔다 갔다 할 정도로 쿨했고, 큰 개가 2마리 있다 보니 먼지는 많은 편이었지만, 그래도 그 외엔 깨끗하게 정리된 집이었고, 화장실도 집주인이 사용하는 화장실과 분리해서 사용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숙소엔 개 두 마리가 있었는데 두 발로 서면 내 어깨에 앞발을 올릴 만큼 될 정도로 큰 개였지만 크기에 비해서 순하고 사람을 잘 따랐다.
손님인 우리가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우리를 향해 막 뛰어와 달려들어서 뒤로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지만, 이 반겨줌이 좋았다.
그래서 숙소에 있는 시간에는 마당에서 공놀이도 하면서 개들과 같이 노는 시간을 보냈다.
일반 가정집인 만큼 주방에는 필요한 취사도구들이 있으니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나가면 됐고 점심은 밖에서 사 먹더라도 야경을 보려고 일부러 늦게 들어온 날을 제외하고는 마트에서 장을 봐와서 저녁을 차려 먹었다.
그때 당시 호주의 주택들은 아직 도어록보단 열쇠로 문을 잠그는 게 흔했는데, 아침에 외출할 때 열쇠로 현관문을 잠그고 나오고 다시 저녁때 돌아와 열쇠로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다 보니 호텔과 같은 숙소랑은 또 다른 느낌으로 귀가하는 것 같았다. 우리가 머무는 기간만큼은 시드니의 우리 집이라고 할 곳이 생겼다는 느낌이랄까.
아직도 '집'에 오면 두 덩치가 다그닥 거리며 마룻바닥을 차고 우릴 맞이해 주는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이래서 "여행은 살아보는 거"라고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