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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미 그리고 엄마의 사랑

일상의 의미를 찾게 되는 육아에 대하여

 우리 집 첫째는 멀미가 심하다. 20분 거리에 외할머니댁에 갈 때도 토할 것 같다며 괴로워하는 통에, 1시간 이상 차 타고 가는 건 맘먹고 가야 한다. 다행히 둘째, 셋째는 멀미가 심하지 않다. 첫째가 누구 닮아서 멀미가 심한가 하면, 바로 '나'다. 다 크도록 차멀미로 속이 어지럽고 메슥거리는 바람에, 차에서는 잠만 잤었던 기억이 있다. 요즘은 남이 운전하는 차를 탈 일이 거의 없이 내가 운전하고 다니다 보니, 예전처럼 멀미가 심하진 않다.


 명절을 맞아 올해도 제주로 향한다. 제주에 사시는 시부모님댁에서 연휴를 지내러 공항으로 출발했다. 공식적인 설 연휴는 아직 시작 전이지만, 아이들은 할머니 댁에 얼른 가고 싶어 한다. 어쩔 수 없이 아이들 셋과 나만 먼저 제주로 간다.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지만, 비행기 시간이 빠듯하다. 급하게 택시를 불러서 공항으로 이동한다.

 내 차는 밴이라서 아이들이 각자의 좌석에 앉아서 편하게 갈 수 있다. 택시는 좁다. 겨울이라 껴입은 옷이 더 답답하게 느껴진다. 첫째, 둘째 아이는 서로 붙어 앉아 덥니, 답답하니, 불편하니 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불평하기에 바쁘다. 어휴, 정말. 가뜩이나 정신이 없는데, 택시를 잘못 골랐다. 아니, 걸렸다고 해야 하나. 택시 기사님의 운전 스타일이 완전 멀미를 유발한다. 도심에서는 좌우로 거칠게 운전하더니, 고속도로에서는 쭉 가면 되는 길인데도 엑셀을 초마다 밟았다 뗐다 한다. 와, 정말 너무한다.

 운전대를 잡은 기사님께 차마 말도 못 하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첫째가 소리치며 괴로워한다. 멀미다. 나도 사실 정말 속이 메슥거리고 토할 것 같은데 참고 있던 중이었다. 나도 이런데 첫째 아이는 어떨까. 나도 괴로운 와중에 아이를 달랜다.

 "괜찮아, 괜찮아. 심호흡해 봐. 눈 감고 있어. 자도 돼. 다 왔어, 다 왔어. 공항 보인다. 다 왔다, 다 왔다. 조금만 참아!"

 나도 멀미가 심했던 적이 있어서, 첫째가 얼마나 힘든지 안다. 방법이 없는 것도 안다. 내려야 나아진다는 것을 알기에 일단 달랜다. 그러다 문득, 내가 어렸을 적 멀미할 때의 엄마 모습이 생각난다. 괴로워하는 나를 걱정하며 안절부절못하던 엄마의 모습. 엄마도 얼마나 걱정 되셨을까. 울 엄마는 멀미를 많이 하는 분이셨을까, 아니면 괜찮으셨을까. 사실, 엄마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에게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급히 첫째를 데리고 택시에서 내린다. 상쾌한 공기가 얼굴을 스치자마자, 첫째는 멀미가 조금씩 나아지는 듯했다. 차 안에서의 고통스러운 시간이 이제 끝났다는 안도감이 우리를 감싼다. 공항 내부로 들어가자, 아이들은 다시 활기를 되찾고 할머니·할아버지 댁으로 가는 설렘에 눈이 반짝였다. 비행기에 타기 전, 아이들에게 간단한 간식을 사주었다. 멀미로 고생한 첫째를 위해 특별히 좋아하는 젤리와 음료를 건네자, 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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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기 안에서 아이들은 늘 하던 대로 헤드셋을 끼고 재미난 영상을 본다. 첫째의 멀미가 다시 심해지지 않을지 걱정되었지만, 다행히 큰 문제 없이 제주까지 도착한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우리를 반겨주는 시원한 제주 바람과 함께, 어머님께서 기다리고 계신다.

 "에구, 울 강아지들! 할머니 집이 너무 멀어서 고생이네! 오느라 고생했어!"

브런치 글 이미지 4


 아이를 키운다는 건 나를 키우는 것이기도 하다.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깨닫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고, 내가 얼마나 많은 도움으로 자랐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일상의 크고 작은 일 속에서, 그게 단순히 불편한 상황일지라도 그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다. 서로를 이해하고 돌보는 법을 배우게 되며,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게 된다. 매일의 삶이 그 어느 것도 당연한 것이 없음에, 감사함을 더 깊이 느낀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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