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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고려인 디아스포라 15
손길만 닿아도 바스러져 내리는 풀포기들
비 한 방울 없는 메마른 땅이 애처롭다
따가운 햇살과 거친 모래바람
사방을 둘러보아도 그늘 한 점 없는 허허벌판
혹한기에 이 황망한 곳으로 내던져졌던
고려인들은 살아남기 위해 맨손으로 토굴을 파고
그 자리가 스스로의 무덤이 되어
공동묘지를 이루었다
중앙아시아에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지만
한식날만큼은 사직서를 내고서라도 산에 오른다는
그들의 가슴속에 영원한 최고봉이 바로 여기다
끝없이 펼쳐진 고즈넉한 언덕에는 죽은 자가
산자보다 더 큰 마을을 이루고 있는 이곳이
한인강제이주 고려인들의 성지다
저 광야를 바라보라
그들은 떠나고 없지만 피땀고인 묵정논에는
고결한 숨결로 살아남아 반기고 있지 않은가
녹슨 철재 울타리에 갇힌 초라한 비문에서
그날의 신음소리가 들려오고
수런대는 갈대 잎의 진혼곡이 어디론가 원동/먼 동쪽
떠내려가고 있지 않은가
다시는 잊지 않겠노라 다짐의 서약을
타임캡슐에 담아 우리들의 가슴에
고이 묻습니다.
지역 행정수장의 묘소 참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