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워킹 홀리데이 프롤로그 20
생전 태어나서 처음 해본 영어 공부는 매 순간이 난관이었지만 그럼에도 마지막 끝나는 순간에 홀가분하고 뿌듯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사회성으로 마지막 레벨테스트때 스피킹 테스트 선생님들께
"나 이번이 마지막 레벨테스트야~ 점수 잘 받고 싶어~~" 라고 엄청 어필을 하고 다닌 덕분인지 스피킹 파트는 하이비기너를 받았다.
나의 실력을 시험과 점수로 보여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객관적인 지표로 보여주는 상승세를 보고 있자니 안심이 된 순간이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어학원에서 처음에는 점수를 낮게 준다고 한다)
어학원에 있는 동안 정말 많은 정체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우울해서 울기를 반복했다.
3개월이라는 제한된 기간 동안 원하는 목표에 다가서지 못할까 봐 초조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돌아보니 나는 단 한 순간도 멈춰있지 않고 걸어왔다.
엉엉 울면서 눈물 콧물 다 쏟으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머릿속이 복잡해질수록 더욱더 간단하게 생각하려고 했다.
답은 정말로 간단했다.
"시간이 쌓이기를 인내하자."
언어는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분명 알고 있었지만, 폭풍 속을 걷고 있는 나그네에게 그런 평정심이 어디 있었겠는가.
그저 새로운 언어가 내 안에 쌓이기를 기다리면서도 초조함에 폭풍 같은 내 마음을 다스리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럴 때면 운동을 했고, 공부를 했고, 바닷속에 들어갔다.
지난 필리핀 3개월의 어학연수를 돌아보면 분명 큰 성과를 거뒀다.
필리핀이라는 나라가 정말 매력적인 곳이라는 것과 이런 매력적인 곳에서 만난 클라이머 친구들과 어학원의 다양한 나라의 친구들 그 인연들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가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어는….처음과 비교하면 여전히 엉망진창으로 말하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많이 알아듣는다.
제일 중요한 건 이제 영어가 무섭지 않다.
영어가 너무 무서워서 한평생을 담쌓고 살았던 내가 영어가 재미있어졌다.
스펙을 위한 영어 공부가 아니다 보니 부담도 없고 내가 하고 싶은 말과 단어만 공부해도 되니까 재미있다.
물론 지금 내가 구사하는 영어가 4세 정도 되려나? 조금 더 성장하면 좋겠고 성장하기 위해서 공부를 지속하고 싶다.
언어 공부를 지속하기 위한 태도를 갖출 수 있었던 것만으로 나는 이번 어학연수를 꽤 만족한다.
또 이 시간이 쌓이면 어떤 나의 모습에 도착해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