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길 앞에서 어깨춤을

죽음을 생각하는, 사상록(死想綠)#10

by 끼미


즐거워하는 사람은 언제나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말하자면 그가 즐거워한다는 사실이 바로 그 이유다.

-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요즘 나는 매일 웃고 다닌다.

길에서도, 지하철에서도, 버스에서도, 집에서도 웃는다.

로또 1등에 당첨됐다거나 좋은 회사에 취직한 건 아니다.

그냥 웃는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내가 탈 버스가 '1분 뒤 도착'이래서 웃고

간식으로 먹을 달콤한 앙버터를 생각하며 웃고

빵 먹는 내 옆을 얼쩡대는 참새들을 보며 웃는다.

웃기 위해 웃는다. 웃으니까 웃는다.


왜냐하면,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일 매 순간 웃으면서 살기로 했다.

그동안 오랜 시간을 우울한 표정으로 한껏 웅크린 채 살았으니

최소한 저승 여행만큼은 어깨춤을, 탭댄스를 추며 떠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요즘 매일 웃는다.

저승 여행길은 언제 시작될지 모르니까 늘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신기한 것은,

웃다 보니 정말 웃게 되었다는 것이다.

쇼펜하우어가 "명랑해져라!" 마법을 부린 듯

축축하던 마음이 뽀송뽀송해졌다는 것이다.


물론 웃는다는 건 말처럼 쉽진 않다. 혼자 있을 땐 더욱 그렇다.

길거리엔 입꼬리가 올라간 사람보다 내려가 있는 사람이 훨씬 많다.

어둡고 피곤한 표정의 회색 군중 속에서 혼자 웃고 있는다는 건 어렵다.

더군다나 이유도 없이!


그럼에도, 그래서,

더 의식적으로 입꼬리를 올려본다.

나의 즐거움이 눅눅한 마음에 깃들기를 바라며,

나의 명랑함이 답답한 공기를 바꿔주기를 바라며,

오늘도 혼자 웃어본다.


언제 찾아올지 모를 나의 끝,

명랑하게 어깨춤 추며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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