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생각하는 이유

죽음을 생각하는, 사상록(死想綠)#11

by 끼미


한때 죽음을 생각했었다.

생각을 넘어 실행 직전까지 갔던 순간도 있었다.


내 인생은 망했고,

날 이해해 주는 사람은 없고,

남은 삶도 보나 마나 시궁창이었다.


살아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고

사라져야 할 이유는 끝도 없었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해도.




요즘도 죽음을 생각한다.

다만 전처럼 지금 당장 원하는 건 아니다.

어차피 때가 되면 찾아올 테니까.


죽음을 바라는 대신 생각한다.

내 망한 인생에 어떤 보물이 숨겨져 있는지,

그 보물을 이 세상을 위해 어떻게 써먹을지,

남은 생에는 또 어떤 보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이제 죽어야 할 이유는 사라졌고

죽지 않을 이유는 살아나고 있다.


그렇게 오늘도 죽음을 생각한다. 잘 죽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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