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삐엔땅(便當) 시리즈1
안녕하세요, <대만에 먹으러 왔습니다>의 끼미입니다^^
이번에 만나볼 대만 음식은 바로 삐엔땅(便當), 도시락입니다!
우리나라에도 한솥 도시락이나 편의점도시락 등 여러 종류의 도시락이 있는데요,
오늘은 우리나라와 조금 다른 대만의 삐엔땅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대만의 삐엔땅(便當)이란?
'삐엔땅(便當)’이라는 단어는 '도시락'을 의미하는 일본어인 '벤또'에서 유래된 것으로,
'편하고(便)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식사'를 가리켜요.
우리나라 말로는 '도시락'으로 번역할 수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도시락과 대만의 삐엔땅은 조금 달라요.
우리나라에서는 도시락 하면 보통 편의점 도시락처럼 '포장 용기에 담긴 음식'을 떠올리지만
대만에서는 식당 안에서 먹어도 음식의 형태가 도시락과 비슷한 구성이면 모두 삐엔땅이라고 해요.
즉, 대만의 삐엔땅은 포장 유무와는 별개로
밥과 메인 메뉴, 2~3가지의 밑반찬을 곁들인 '도시락 스타일의 식사'를 모두 포함해요.
그래서 '삐엔땅 가게(便當店)'라도 안에 앉아서 먹고 갈 수 있는 가게들이 많답니다.
삐엔땅의 개념이 넓은 만큼 대만에는 다양한 종류의 삐엔땅이 있는데
오늘은 기차를 타고 대만을 여행하며 만났던, 아주 특별한 삐엔땅을 소개할게요^^
기차역에서 만나는 타이티에 삐엔땅(台鐵 便當)
대만에서 가장 유명한 삐엔땅은 아마 대만 기차역에서 파는 타이티에 삐엔땅(台鐵便當)이 아닐까 싶어요.
타이티에 삐엔땅은 대만이 일제의 지배를 받았던 시절 1908년 철도가 개통된 이후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 전국의 기차역에서 도시락을 팔기 시작하면서 인기를 얻었다고 해요.
"타이티에(대만 기차)는 적자지만 타이티에 삐엔땅은 나날이 판매량이 늘고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만에서는 기차를 타기 전에 또는 기차 안에서 삐엔땅을 사 먹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요.
타이티에 삐엔땅은 기차 타기 전에 간단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어린 시절 기차에서 삐엔땅을 먹었던 추억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는다고 해요.
기차역에서 판매하고 있는 삐엔땅도 종류가 제법 다양한데,
대만의 삐엔땅을 대표하는 메뉴인 돼지갈비(排骨)와 닭다리(鷄腿)를 비롯해
고등어나 연어 등의 생선 메인의 삐엔땅, 채식 삐엔땅 등 입맛에 맞게 골라먹을 수 있어요.
삐엔땅을 사면 티슈와 나무 젓가락을 같이 주는데, 숟가락은 없지만 먹기 불편하지는 않아요.
돼지갈비 삐엔땅(排骨 便當)은 흰쌀밥 위에 양배추 등 야채 반찬과 찻잎 계란조림, 건두부 등이 올라가 있고
제일 위에 메인 반찬인 돼지갈비가 놓여져 있는 구성이에요.
기차역에서 파는 삐엔땅이지만 돼지갈비가 촉촉하고 부드러우며 밑반찬들도 짜거나 기름지지 않아서
삐엔땅 전문점 못지 않게 맛이 제법 괜찮은 편이랍니다.
각 지역의 독특한 기차 삐엔땅
주요 교통 수단이 기차이던 시절에는 각 지역의 기차역을 지날 때마다
기차 안에 삐엔땅을 파는 사람이 타서 그 지역만의 특색 있는 삐엔땅을 판매했었대요.
하지만 자동차 교통이 발달하면서 기차 승객이 줄어들어 기차 안에서 삐엔땅을 파는 모습은 사라졌다고 해요.
그래도 아직도 일부 기차역 앞에는 독특한 삐엔땅을 파는 곳이 남아 있는데
이번에는 제가 먹어봤던 대만 각 지역의 특색 있는 삐엔땅을 소개해 드릴게요!
타이베이에서 기차를 타고 동쪽으로 가면 푸롱(福隆)이라는 기차역이 나오는데
이곳은 자전거를 타고 해변을 시원하게 달릴 수 있어서 인기가 많은 여행지에요.
푸롱 기차역 앞에 가면 삐엔땅 가게들과 자전거 대여점이 있어서 다들 이렇게 삐엔땅 들고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즐겁게 자전거 탄 후에 탁 트인 바다를 보며 먹는 삐엔땅, 정말 낭만적이더라구요^^
푸롱역 앞에서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푸롱 삐엔땅(福隆 便當)'을 파는데
우리나라 돈으로 4천 원도 안 하는 저렴한 가격에 정말 다양한 반찬들을 맛볼 수 있어요.
삼겹살 조림과 분홍 소세지, 무말랭이 반찬이 들어가는 게 푸롱 삐엔땅의 특징으로,
바다라는 멋진 풍경과 자전거 타면서 흘린 땀이 더해져 더 맛있게 느껴지는 삐엔땅이에요.
주문하면 즉석에서 바로 도시락을 만드는 모습도 볼 수 있어 더욱 재밌는 곳이었어요.
타이동시의 츠상(池上)이라는 지역은 우리나라의 이천처럼 맛있는 쌀이 재배되는 곳으로 유명해요.
맛있는 쌀로 만드는 만큼 츠상 삐엔땅은 특히 밥맛이 좋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답니다.
츠상 지역의 삐엔땅은 위의 사진처럼 대나무 통에 담아주는 게 또 다른 특징인데
종이 포장지가 아니라 대나무 통이라서 그런지 비싸고 고급진 도시락을 먹는 기분이 들었어요.
제가 먹었던 시그니처 삐엔땅(招牌 便當)에는 대만식 돼지고기 튀김과 대만식 계란부침을 비롯해
양배추와 잎채소 등의 반찬들이 고루 들어 다채로운 맛을 즐길 수 있었어요.
특히 츠상 삐엔땅은 그 명성만큼이나 이 쌀밥이 정말 맛있었는데 살면서 먹어본 쌀밥 중에서 최고였어요.
쌀밥의 기분 좋은 단맛과 쫀쫀한 식감이 인상적인 츠상 삐엔땅이었답니다.
관산(關山)역은 츠상역에서 남쪽으로 조금만 내려오면 있는 곳으로,
츠상과 마찬가지로 기차 안에서 팔았던 추억의 삐엔땅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해요.
1970년대부터 영업 중인 삐엔땅 가게들이 있는데 대만의 전통적인 삐엔땅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대요.
관산도 품질 좋은 쌀이 나는 것으로 유명한 지방이라 찰진 밥과 함께 맛있는 삐엔땅을 맛볼 수 있어요.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큼직한 돼지갈비의 맛이 좋았고 기차역 안에서 먹어 기억에 남는 삐엔땅이었어요.
오늘은 대만의 대표적인 삐엔땅인 타이티에 삐엔땅과 각 지역의 특색 있는 삐엔땅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저도 먹을 때는 몰랐지만 이번에 글을 쓰면서 다양한 삐엔땅을 알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어요.
여러분들께서도 대만 기차를 타신다면 기차 안에서 삐엔땅 까먹는 재미를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