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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끼미 Oct 03. 2024

두근두근 어학당 레벨 테스트 그리고

대만 워홀 생활기 시즌1#21

"왜 중국어 배우고 싶어요? (爲什麽要學中文?)"

"하고 싶어요.. 대화... 대만 사람들이랑... (我想..對話...跟台灣人...)"


아.... 난 뻔딴(笨蛋)*이다....


*뻔딴(笨蛋): '썩은 계란'이라는 뜻으로, '바보'를 가리키는 말




드디어 언어중심(대만의 중국어 어학당) 레벨 테스트의 날이 밝았다. 쉐하에서 나와 징메이역까지 20분을 걷고 거기에서 타이베이의 따릉이인 유바이크를 빌려타고 20분을 달려 사범대(師大)에 도착했다. 며칠 전부터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멍 했던 머리가 자전거를 타고 나니 맑아졌다. 다행이었다. 한 가지 더 다행인 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학교 앞에서 동생 J를 만나 이미 한 번 와본 적 있다는 그녀의 안내에 따라 언어중심 수업이 진행되는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1층에는 어학당답게 세계 각국의 국기들이 그려져 있었고 이미 여러 외국인 학생들이 와 있었다. 친절한 대만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학비 납부 내역을 확인하고 즉석에서 사진을 찍어 학생증도 만들었다. 31살에 학생증이라니, 20살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 설렜다. 아, 이러면 너무 늙은이 같은가? 아무튼 한글도 아닌 한자로 가득한 학생증을 받아드니 기분이 묘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 이런 게 생길 거라곤 전혀 상상도 못했다. 내가 진짜 대만 워홀을 왔다는 게 비로소 실감났다. 그리고 안심됐다. 학생증 사진 속의 내 표정이 행복해 보여서.



마지막으로 레벨 테스트만 남았다. 결과에 따라 교재 2권부터 시작하는 반에 들어갈지, 3권부터 시작하는 반에 들어갈지 결정되는, 그야말로 운명의 레벨 테스트. 갈색 문을 열고 교실 안에 들어가니 면접장처럼 책상 두 개가 마주보도록 놓여 있고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 선생님께서 반겨주셨다. 푸근한 인상에 마음이 아주 살짝 놓였다. 레벨 테스트는 선생님이 중국어로 질문하시면 나도 중국어로 대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이름과 하는 일 등 기본적인 인적 사항과 그동안 해온 중국어 공부와 중국어를 배우려는 이유 등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너무 긴장해서 뭐라고 대답했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솔직히 선생님의 나이가 지긋하셨는지 어쩄는지도 정확하지 않다(!). 다만 엄청나게 버벅거리고 아주 엉망진창인 문법으로 대답했었다는 건 확실하다.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는 지도 모르면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는 그런 상태였달까? 그래도 어학당 선생님이시니 이상하게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들어주시겠지 하는 생각으로 "저 혼자서 2권 다 공부했어요!" 하고 열심히 어필했다. 속으로 '제발 3권부터 시작하는 수업에 들어가게 해주세요'라고 애원하면서.





레벨 테스트를 마치고 J와 함께 학교 근처 만두집에 가서 샤오롱빠오를 먹고 후식으로 맥도날드에서 흑임자맛 맥플러리도 먹었다. 이대로 집에 들어가기엔 아쉬워서 무슨 일본식 가옥에 구경도 가고 <스트리트 푸드파이터>에 나왔던 육즙 팡팡, 숯향 가득 소세지도 사 먹었다. 집에 돌아와서 먹고 싶었던 맥주도 한 잔 마셨다. 친구가 맛있다고 했던, <상견니>의 허광한님의 사진이 박혀 있는 맥주였다. 비싼 만큼 레벨 테스트를 끝낸 내 마음처럼 아주 시원한 맛이었다.


마지막으로 블로그에 일기를 올리고 길고 길었던 레벨 테스트의 날을 마무리했다.


<겹경사의 날>

첫 번째 경사!
당대중문 3권부터 시작하는 반 입!성!
그리고 두 번째 경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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