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보면 늘 제목은 글이 완성되었을 때 붙여진다는 거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제일 마지막에 부르고 싶었다고 말하면 이해할 수 있겠니?
‘지금 무슨 생각해?’
한때는 그의 모든 것을 알아내고 싶다는 생각에 시도 때도 없이 질문을 던졌다. 어떤 사람들은 별생각을 하면서 살아가나. 나는 생각을 멈춰본 적이 없다. 그만두려고 하면 오히려 살아나는 것들이 많았다. 그도 그랬을 거라 믿었다.
손으로 꽉 쥐어도 채워지지 않고 틈새로 흘러내리는 것들이 있지. 언젠가 우리 모두가 경험했을 해변의 모래알이나 수영장에 가득 찬 물 같은 것들. 한껏 잡았는데 줄곧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애석해서 더 세게 움켜쥐었다. 힘을 주면 줄수록 손가락 사이로 더 빠르게 빠져나갈 뿐이었지만. 가지려 들면 가질 수 없다는 엄마의 말이 하필 그때 생각났던 건.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있으면 왕왕 그 촉감이 생소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유독 이질적인 느낌이 드는 날은 괜히 더 힘주어 잡곤 했다. 그와 떨어지고 싶지 않았고 그런 날은 우리 사이에 한치의 틈도 허용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손에 힘을 주면 그도 힘을 주어 내 손을 잡았다. 우리는 잡히는 것에 어색한 존재들이었던가. 적어도 나는 잡는 것엔 익숙하지만 잡히는 데엔 서투르다.
그리고 그럴 때면 빠뜨리지 않고 꼭 하던 일도 있지. 내 손목에 있는 점과 겹쳐지는 그의 점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일. 비슷한 위치에, 그것도 비슷한 크기의 점이. 그렇게 운명에 대해 고민했었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점은 내 몸집이 커질 때 나와 함께 자랐다. 피부가 늘어나고 두꺼워진 만큼 점은 선명하고 깊어졌다. 평생 나와 함께해야 할 그 점이 그에게도 엇비슷하게 존재하는 것이 좋았다. 점 주위를 볼펜으로 돌아가며 낙서하는 것만으로도 사랑이 충분했다. 세상에는 지우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생각보다 많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