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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가 되고 싶은 걸까?

2부.결혼에 관한 고찰(5)

by 유해나

상 ‘내 인생에 출산은 없다’고 생각했다. 혼자만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쉽게 지치고, 감정 기복도 큰 내 성향상 아이를 낳는 건 고난길 급행열차에 올라타는 것 같았다.


X도 나와 비슷한 성향이었기에 그다지 아이를 원하지 않았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딩크로 살겠지”라고 합의한 채 결혼했다.


그런데 막상 결혼을 하고 나니 마음이 달라졌다. 이 사람과 나를 닮은 아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다. 스스로도 당황스러울 만큼 갑작스러운 변화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더 이상 커리어에만 몰두할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에너지를 쏟을 새로운 대상을 찾고 있었던 것 같다.


아예 싱글이라면 몰라도, 이미 결혼이라는 제도에 들어온 이상 다음 단계인 출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길이다.


그 흐름을 거스르고 딩크로 산다는 건 웬만큼 단단한 결심이 없으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예전에는 삐딱하게만 봤던 “딩크였던 우리 부부가 결국 아이를 낳은 이유” 같은 글 이해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적인 고민은 남아 있었다. 아이를 너무 너무 원해서 낳은 사람게도 육아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이렇게 애매한 마음으로 아이를 낳아도 되는 걸까.


일단 아이를 낳면 결코 되돌릴 수는 없다. 정말 나는 엄마가 되고 싶은 걸까?


X와는 각자의 길을 걷게 되었지만, 출산 여부는 나에게 여전히 중요한 화두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이를 낳고 싶은 이유와 낳고 싶지 않은 이유를 정리해 보기로 했다.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이유

첫째는 커리어 때문이다. 육아를 선택하면 어쩔 수 없이 일보다 아이에게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부부가 모두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아이를 돌보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주변을 보니 결국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거나 시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렇게 해도 결국 육아의 무게는 대부분 엄마에게 쏠린다. 직장에서도 워킹맘들은 학원 스케줄이나 준비물을 챙기느라 일하는 틈틈이 아이와 통화를 했다. 하지만 아이 있는 아빠가 그런 통화를 하는 모습은 거의 보지 못했다.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고, 시터비로 돈은 돈대로 나가고, 집에 돌아와서는 또 집안일을 해야 한다. 워킹맘의 삶은 내 몸과 마음을 갈아 넣어야 는 일처럼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 직업은 근무 형태를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혼 후 혹시 모를 미래까지 고려해서 파트타임 직장으로 옮겼다.


남편의 벌이만으로도 먹고살 수 있고, 근무 형태를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나의 직업. 보통보다는 나은 환경인건 분명했지만, 마음 한편에는 이게 정말 맞는것인지 의문이 남아 있었다.


막상 파트타임으로 일해보니 복지와 안정성, 연봉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던 것이다. 만약 풀타임 커리어를 계속 이어갔다면 훨씬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기왕 낳을 거라면 아이도 잘 키우고 싶고, 커리어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를 낳는다면 일에서는 잠시 멈추거나 느리게 가야 했다.


이 사실을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아쉬움이 깊게 남았다.




둘째는 미래 때문이다. 내 아이가 살아갈 환경이 지금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


기후 위기로 재난과 질병은 잦아지고, 우리나라는 젊은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다. 게다가 스마트폰과 SNS 중독으로 사람들의 갈등은 심화되고, 점점 교묘해지는 범죄들이 증가하고 있다.


내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 올바르게 아이를 가르친다 해도, 사춘기 이후에는 결국 또래와 사회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사회 환경이라면 딸을 낳아도, 아들을 낳아도 걱정될 것 같다.


동물도 환경이 나빠지면 번식을 줄인다는데, 인간이라고 다를까. 열악해질 세상에서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셋째는 내 건강과 성향 때문이다. 아무리 의학 기술이 발달했다고 해도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건강이 악화되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게 사실이다.


임신 과정을 무사히 통과했더라도, 출산 후 몸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실제로 아이를 한 번도 낳지 않은 여자에 비해 아이를 출산한 여자의 수명이 더 짧다고 하니, 출산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분명하다.


게다가 내 예민한 성격이 육아와 맞을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친구의 아기와 30분만 있어도 진이 다 빠지고, 내 뜻대로 안 되면 화가 나는데 과연 불확실함의 연속인 육아를 감당할 수 있을까.




아이를 낳지 않을 이유는 이렇게나 많았다.


커리어와 건강을 해쳐 가면서, 나빠질 환경 속에서 아이를 낳는다는 건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고 싶다는 마음이 계속 찾아온 것도 사실이다.


다음 글에서는 그럼에도 내가 고민하는 이유, 아이를 낳고 싶은 이유 에 대해 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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