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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그때는요,

by 송유성 Jan 26. 2025

내 삶에서 가장 낭만적인 때는 내가 가장 우울한 때였습니다.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고 보장된 미래도 없는데 나는 나를 통제조차 할 수 없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나는 글을 쓰는 동갑 친구들을 모아서 양띠니까 양치기 모임으로 하자며 내가 살던 오피스텔에서 종종 음흉한 모의를 열었습니다. 귀 뚫는 것이 무서워 귀찌를 낀 통찰력 좋은 글을 쓰는 아이와 모두를 사랑할 수 있지만 개인이기에 애인만 사랑한다며 시를 쓰던 아이와 목사의 딸을 사랑한 소년의 기구한 운명을 시로 쓰던 아이와 들은 음악의 코드를 바로 따서 통기타를 켜던 아이가 모여 우리가 되어 놀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서로의 글을 존중하며 첨삭해 주고 서로의 재능을 칭찬하면서 비싼 술 대신 싸구려 맥주와 소주를 멀건 어묵탕에 마시면서 놀았습니다.      

지금은 그 친구 중 아무도 글을 쓰지 않고 시간은 어느새 흘렀지만 나는 여기에 남아 아직도 무언가를 쓰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더 아득히 그리운 그런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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