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여러 가지 이름이 있다.
태어나서 부모님께 받은 첫 번째 이름은 아름다울 ‘嬉’(희)에 지킬 ‘守’(수)를 쓰는 본명이다. 대학생이 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제일 많이 듣는 건 선배, 강사님, 홍쌤 이다.
결혼 후에도 무수한 이름이 생겼다. 그중 평생 가져갈 두 번째 이름은 엄마라는 따뜻하면서 무게감이 느껴지는 호칭이다.
이름은 특별한 힘을 가진 듯하다. 누군가 이름을 불러주면 나의 존재가 드러나고 아름다운 관계가 형성된다.
“엄마, 우리 엄마~ 오늘도 고생했어요.”
“희수야, 추운 날씨에 잘 지내지?”
“쌤, 저 이번 시험 잘 봤어요.”
일상 속 나를 지칭하는 여러 이름은 나에 대한 관심이자 내가 살아있다는 행복한 표시처럼 느껴진다.
아이들은 태어나 말을 배울 때부터 ‘엄마’라는 말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이 한다. 소중한 사람이 불러줘서일까, ‘엄마’라는 이름 앞에서 행복한 미소를 짓기도 하고, 고달픈 순간을 이겨내는 힘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을 키우면서 막상 내 이름은 2순위로 밀린 기분이라 한편 서운하기도 하다. 그러니 나 혼자라도 내 이름 ‘희수’를 자주 불러본다.
50년 넘게 부모에게 친구에게 불려졌던 내 이름. 난 부모님이 지어준 첫 이름을 사랑한다.
어두운 밤 살며시 내 이름을 불러본다. 이름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어른으로 살고 있는지 내 생활을 돌아보기도 한다.
살면서 아름답지 못한 순간이 수없이 많았다. 방향을 잃고 먼 길을 돌아가는 인생이 억울해서 내 안의 나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나에게만 불행이 찾아온다고 느꼈을 때 고통을 참느라 울지도 못하는 새처럼 가슴에 설움을 주렁주렁 매달고 산 시간도 있었다. 이런 시간을 지내면서 소중한 것을 알게 되었다. 칠흙같은 고통 속에 갇혀 있을 때, 누군가 다정하게 내 이름을 불러주면 살아갈 힘이 된다는 것을. 주저앉아 사그라진 내 존재가 다시 일어서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이름에는 힘이 있다. 앞으로 나와 만나는 사람들이 내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주면 좋겠다.
“희수. 희수야...”
이름을 통해 상대와 연결되고 관계가 아름다워진다면 얼마나 큰 힘이 될까. 나도 누군가의 소중한 이름을 불러주며 응원해줘야겠다. 아직 당신을 기억하고 있다고, 당신은 잘하고 있다고.
하늘이 가을가을하다.. 행복해지는 내 이름을 부르며 거닐어본다..
요즘 눈이 많이 아팠습니다.. 지난주는 편두통 약을 입에 쑤셔 넣으며 3일을 끙끙거렸어요.. 그러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가을이 왔네요. 오늘 25년지기를 만나 함께 거닐어봅니다.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어린아이처럼 미소지었습니다. 함께 늙어가는 벗이 있음에 감사한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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