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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담기 씨소 Oct 30. 2024

대나무가 되기까지

죽순을 보며 나를 보다

대나무가 되기까지     

                                                  씨소에세이


 편하게 살겠다는 마음으로 반찬가게에 들렀다. 아쉽게도 저렴하고 양 많은 반찬은 동이 났다. 남은 반찬을 둘러보다 우연히 죽순나물을 샀다. 들깨가루를 듬뿍 넣고 버무린 죽순나물은 의외로 고소하고 씹히는 식감이 좋았다. 먹는 내내 이런 생각을 했다.

 ‘이리 부드러운 죽순이 정말 대나무가 된다구?’

 껍질을 벗고 세상 밖으로 나온 죽순은 작고 여린 식물이 아닌 대나무로 성장한다는 것이 놀랍다.

 ‘엄마’라는 이름이 생기면서 나는 강해졌다고 생각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밤길도 무섭지 않고 아이가 아프면 번쩍 안고 병원으로 달려갈 정도로 힘이 세졌다.

 강한 모습과 달리 마음은 아직 어린아이에 머물러 있다. 단단하지 못하여 타인의 말에 상처받고 밤새 뒤척이며 감정 소모를 한다. 심각한 결정장애로 중국집에 가면 ‘자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얼른 선택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한다. 아이들 앞에서는 대나무가 된 듯 살고 있지만 난 아직 여린 죽순에 불과하다.

 요즘 나는 대나무의 매력에 빠졌다.

 음식으로 먹는 죽순도 좋지만, 겨울에도 시린 바람을 견디며 구김 없이 자란 대나무가 참 좋다.

 외부의 어떤 영향도 받지 않고 늘 푸르름을 간직한 대나무의 자태가 아름답다. 속이 텅 비어 있어도 꿋꿋하게 서 있는 대나무가 대견하다. 대나무의 마디 마디가 생긴 것은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세상 사람과 달리 헛된 생각과 욕망을 묶어서는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마음을 정화시키면서 대나무의 속이 비워졌을지도 모른다는 궁금증도 생긴다. 외부의 어떤 영향에도 흔들림 없이 곧게 한마디씩 뻗어나가는 대나무를 바라보며 한참을 머물게 된다.

 여린 죽순이 대나무로 성장하듯, 내 맘을 정화시키고 새롭게 채워 단단한 어른이 되어가는 내 모습을 그려본다. 대나무의 곧음처럼 타인의 말에 휘어지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나만의 속도로 푸르게 뻗어나가고 싶다.



#성장 #엄마 #연약한내모습 #대나무 #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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