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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하글 Jul 12. 2024

평범한 사람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그래, 행복에는 늘 불행이 따라오니까


몇 년 전 나는 지독한 사랑을 앓았었다. 뭐랄까 세상을 몇 번을 다시 태어나도 그 애만큼 사랑할 사람은 없을 것 같은 그런 사랑이랄까? 매일 편지에 마음을 담고 편지를 빛나게 해줄 꽃을 사고 잠을 아끼면서 같이 있고 연락을 하면서 바쁜 일상에도 늘 그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내 몸 상하도록 일을 하고 그러니까 그때는 그 모든 게 사랑이었기 때문에 힘들거나 아픈 것도 없었다. 그냥 얼굴만 보면 좋다고 웃고 손끝만 닿아도 심장이 터지려고 하고 진짜 태어나 사랑을 처음 해본 사람처럼 무엇이 그렇게 나를 미치게 했던 건지 모르겠지만, 세상 누구의 사랑에도 지지 않을 만큼 나는 그 아이를 사랑했다. 


그때 형성된 내 사랑의 습관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예컨대 주기만 해도 행복하다는 그런 마음이라든가 밑도 끝도 없이 다정한 사람이 되어 내 모든 시선의 끝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맞춘다든가 모든 일에 나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이 우선이 된다든가 하는 그런 거 분명 다른 사람에게는 세상에는 너보다 소중한 게 없으니 너를 가장 많이 사랑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나는  정작 그러지 못하는 것, 그때부터였다. 그 아이에게 줬었던 모든 사랑이 내 안에 그대로 남아 나는 그냥 그런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네가 남겨두고 간 그때의 내 모습인가? 너는 내가 줬던 사랑을 다 남겨두고서 가버린 건가 그래서 지금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행복할 수 있는 건가? 그 모든 것을 떠안은 나는 내 사랑에 무게에 눌려 아직도 아픈 건가 내가 그 노래에 울컥하는 건 여전히 네가 이유인 건가? 무거운 내 사랑을 버리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떠난 너는 단 한 번도 그때의 사랑을 버린 것을 후회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결국 내가 한 사랑은 내가 감당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행복에는 늘 불행이 따라오니까 복이 흘러 넘치면 그 복은 반드시 독이 되어 돌아오니까

아, 오늘도 내가 저지른 사랑에 대한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밤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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