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승하 수필
혹시 있나요? 너무 사랑해서 가슴 아픈 적이요. 여러분은 그런 기억이 있나요? 저는 있습니다. 너무 사랑해서 사랑하고 있음에도 사랑받고 있음에도 가슴이 아팠던 적이요. 어쩌면 그때 내게 그 사람이 유일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일하게 나를 그저 나 자체를 알아주고 안아줬던 사람이었기에 내가 그토록 사랑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이유야 어찌 되었든 간에 저는 그 사람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하루에도 수십 번은 감정 널뛰기를 했습니다. 미세한 목소리의 변화 눈동자의 떨림 말할 때의 몸짓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쓰이지 않는 것이 없었어요. 물론 그 사람도 그랬을지도 몰라요. 내가 너무 신경이 쓰여서 내 모든 것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챙겨줬을지도 모르죠. 그게 얼만큼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그래도 저만큼은 아니었을 겁니다. 저는 정말 확신하거든요. 그 사람이 내게 얼마나 큰 사랑을 주었든지 나는 그보다 더 큰 사랑을 그 사람에게 주었다는 것을요.
왜냐면요. 사랑은 기다리게 하지 않거든요. 사랑은 기다릴 틈을 주지 않습니다. 사랑은 망설이지도 않고 사랑은 숨기지도 숨겨지지도 않아요. 그래서였습니다. 제가 그 사람을 단 1분도 기다리게 한 적이 없었던 이유요. 저는 언제나 약속장소에 먼저 나가 있었습니다. 항상 제시간보다 일찍 가서 그 사람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내 시야에 들어오면 망설이지 않고 달려가 손을 잡거나 와락 끌어안아 버렸어요. 숨길 수 없는 내 마음은 언제 어디서고 티가 났습니다. 내 시선은 언제나 그 사람에게 가 있었고 내 좁은 시야에는 그 사람이 가득 차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저는 그토록 그 사람을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이별이 다가오는 모든 순간을 느낄 수 있었고 그 시간을 살아가는 동안 저는 죽어있었습니다.
사랑의 척도는 기다림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는 그 사람에게 기다릴 틈을 주지 않았지만, 그 사람은 언제나 나를 기다리게 했거든요. 어떤 날은 약속장소에서 어떤 날은 내 방안 구석에서 어떤 날은 그 사람의 집에서 그게 어디서든 나는 그 사람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이별한 이유였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는 시간 동안 나는 점차 죽어갔고 그 사람은 그런 내 모습에 미안함을 느꼈을 테니까요. 내 감정을 숨긴다고 숨겼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어요. 사랑 때문인 모든 감정은 절대 숨겨지지 않으니까요. 네. 그래서 우리는 이별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끝을 맞이했습니다. 그 결과 나의 세상은 산산조각이 나버렸고 지금까지도 나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그저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살아있음을 알지만 살아있음을 느끼지는 않아요. 누군가 그랬잖아요. “사랑 빼면 시체”라고요. 그래서 저는 시체가 되었습니다. 내 사랑을 잃은 그 시간부터 오늘날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