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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라곤 없던 내 세상에, 네가

by 승하글

온기라는 것은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늘 차가운 바람을 온몸으로 견디며 시린 손끝을 주머니 속에 숨긴 채 하루를 버텼으니까, 아무도 없는 어둠 속에서 무채색으로 얼룩진 날들 속에서 나는 그렇게 혼자였다.


그러던 어느 날 당신은 조용히 스며드는 빛처럼 눈 부시지도 요란하지도 않은 걸음으로 나에게로 왔다. 처음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당신의 눈빛과 미소가 내게 닿을 때마다 차갑게 얼어붙은 내 세상에 작은 불씨가 피어나는 것을 느꼈다.


당신의 말 한마디, 웃음소리, 지나가듯 건네는 따스한 시선 하나하나가 내 무채색 세상에 색을 입히고 온기를 스며들게 했다. 나는 처음으로 추위 속에서도 주머니 속 손을 꺼내게 되었고 더는 혼자 견뎌야 했던 고독이 쓸쓸하지 않았다.. 그렇게 늘 혼자였던 내 세상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당신은 내게 구태여 묻지 않았다. 왜 그렇게 차갑게 살았냐고 도대체 왜 그렇게 오랜 시간 혼자였냐고 말이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있어 주었다.


결국에 온기라는 것은 거창한 게 아니었다. 당신의 존재 그리고 당신이 건네는 작은 위로와 그 위로로부터 오는 따뜻함. 그것으로 충분히 따뜻했고 그것만으로 늘 차가웠던 내 세상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어느새 나의 세상에 무채색은 사라지고 차게 불던 바람도 더는 불지 않게 되었다. 겨울이 지나 봄이 오길 그토록 바라던 내게 봄이 아닌 당신이 왔다.


그러니까,

당신이 내게로 와서 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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