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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프라이드 퍼레이드 2025

퀴어 퍼레이드에 다녀왔어요

by 루미상지
KakaoTalk_20250702_195554210.jpg 방콕 프라이드 퍼레이드 2025


6월은 ‘성소수자 (LGBTQ+) 인권의 달’이다.

6월 29일 오후 방콕 시내에서 있었던 퀴어문화축제(Queer Culture Festival)에 다녀왔다. 작년에는 길거리를 가득 메운 퍼레이드 행렬로 교통을 통제했다고 한다. 우리는 BTS를 타고 가기로 했다.


오전에 성당에서 미사를 보고, 경복궁(한국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퍼레이드는 4시부터 6시까지다. 시간 여유가 있어 마사지 숍에 가서 1시간 동안 마사지를 받았다. 마사지 숍을 막 나오려는데 엄청난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6월은 우기가 시작되는 시기이다. 날마다 한두 차례씩 소나기가 퍼붓는다. 금방 그칠 줄 알고 마사지 숍에서 차를 마시며 30분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약한 빗줄기가 계속되고 있었다.


퍼레이드는 5시가 되어서야 시작되었다.

시암에서 시작한 퍼레이드는 수쿰빗 로드를 따라 나나역까지 걸어서 할 예정이었지만 비로 인해 출발이 늦어졌고 자동차로만 한다고 했다.


프라이드페레이드.jpg 프라이드 퍼레이드 2024 (사진 www.thaich.net)


방콕퀴어축제는 1999년부터 시작되었다. 축제 기간에는 퍼레이드와 공연, 전시. 패션쇼, 강연, 퀴어 영화 상영 등 다양한 문화행사도 열린다. 프라이드 축제는 *LGBTQ+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널리 알리고 있다. 이 축제는 방콕뿐만 아니라 푸켓과 파타야, 치앙마이에서도 열린다.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1969년 6월 미국 뉴욕 스톤월 인(Stonewall Inn)에서 시작되었다. 그곳은 당시 게이 바였는데 경찰의 불합리한 단속에 항의한 성소수자들이 폭발적으로 저항했단다. 이 사건을 계기로 프라이드 행진이 시작되었고 1970년 6월 첫 공식 퍼레이드가 열렸다.


한국은 2000년 6월~7월 중에 서울퀴어문화축제(서퀴)를 시작으로 인천, 부산, 광주, 대구 등 각 지역에서도 열리고 있다. 그런데 논란이 커서 반대 집회도 같이 열린다고 한다.


2021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소수자 보호정책을 펼쳤다. 백악관의 새 대변인에 흑인 여성이자 성소수자인 ‘장 피에르’를 임명했다. 하지만 2025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성은 오직 두 개뿐이라며 모든 정책을 폐기시켰다.


방콕은 2025년 1월부터 동성결혼을 공식적으로 합법화했다. 아시아에서는 대만과 네팔에 이어 세 번째, 동남아시아에서는 최초이다. 아시아 국가로서는 진보적이다.

동성 간의 결혼은 고대 시대부터 여러 문화권에도 있었단다. 법적으로는 2001년 네덜란드에서 최초로 제정되었다. 아시아에서는 대만이 동성결혼을 허락한 첫 번째 나라이고 태국이 두 번째이다.


태국의 성비는 태어날 때는 1:1로 자연성비에 가깝다. 하지만 직접 살면서 체감한 바로는 남자보다 여자가 많은 것처럼 느껴졌다. 남아선호사상이 강하지 않고, 일찍부터 성의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문화이다. 여성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남자로 일하는 것보다 여성으로서 일자리 찾기가 더 다양하고, 돈 벌기가 더 쉽단다.

7천만 명의 인구 중에 약 1백만 명이 *트랜스젠더로 알려져 있다. 성비는 여자가 남자보다 120만 명 정도 많다. *커터이(레이디보이), 군 입대, 스님으로 출가, 트랜스젠더들이 많은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65세 이상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오래 사는 이유로 2배 정도 더 많다. 이것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커터이 문화는 오래전 이웃 나라인 버마와의 잦은 전쟁 때문에 생겨났다고 한다. 남자들의 징용을 피하기 위해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여자 옷을 입혀 길렀단다. 이들은 남자로 태어났지만 여성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간다. 여성으로 대접받기를 원하며 여성스럽게 화장을 하고 가꾼다. 더 완벽한 여성으로 살고 싶으면 수술을 받기도 한다. 태국에는 *커터이(레이디보이), 게이, *톰보이, 레즈비언, 제3의 성,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이 없다. 성 정체성이 모호한 사람들이 많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고 이상하게 보지도 않으며 관심도 없다.


태국 군대는 우리나라와 같은 의무 징병제이다. 21세 남성들은 신체검사를 받아야 하며, 트랜스젠더도 주민등록상 남성이면 징병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때 트랜스젠더가 진한 화장과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신체검사를 받으러 와서 민망할 때도 많단다. 병원의 진단서와 수술 증명서를 제출하고, 징병 면제신청을 하면 군 입대가 면제된다. 그러나 필요한 군인의 수가 부족하면 성전환한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한다.


파타야에서는 매년 ‘미스인터내셔널 퀸’ 트랜스젠더 미인대회도 열린다. 만 18세~36세 사이의 트랜스젠더 여성이면 성전환 수술과 관계없이 참가할 수 있다. 2024년에는 페루의 ‘카탈리나 마르사노’가 우승을 차지했다. 태국은 성전환 수술이 법적으로 허용된 나라이다. 수술 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값이 싸기 때문에 수술을 받기 위해 매년 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의 숫자가 늘고 있다. 태국은 아시아 관광 1위 국가이다. 국가 수입의 20%를 관광으로 벌어들이고 있다. 해외관광 특수효과와 일자리가 늘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커터이들은 특히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업종에서 뛰어난 활동을 하고 있다.


파타야에 여행 갔을 때 트랜스젠더 쇼를 본 적이 있는데 아주 매력적이었다. 그들은 화려한 의상과 화장, 매력적인 동작으로 춤과 노래를 했다. 관객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트랜스젠더 쇼는 방콕의 칼립소 쇼와 파타야의 티파니쇼가 유명하다.


남자가 여자 옷을 입는 것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태국은 유치원 때부터 대학교까지 교복을 입는다. 대학교에서 남학생이 교복 치마를 입고 머리를 길게 길러도 괜찮다.

직장에서도 금요일 근무가 끝나고 주말 파티를 즐기기 위해 여성 옷을 입고 화장하는 남성들을 볼 수 있지만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처음 방콕에 와서 집을 구할 때까지 호텔에서 지냈다. 그때 키가 크고, 몸이 건장하고, 턱수염이 있는 사람이 진한 화장을 하고,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치마를 입고 데스크에 앉아있었다. 목소리도 걸걸한 완전한 남자였다. 그런데 아무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았다. 나만 놀라고 충격을 받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는 커터이였다. 태국에서는 여장을 한 남성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프라이드퍼레이드2025.jpg 프라이드 퍼레이드 2025


퀴어 프라이드를 바라보는 종교계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기독교는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이고, 불교는 좀 더 관용적이고 포용적이다. 강경하게 반대하던 보통 사람들도 점점 진보적으로 바뀌고 있는 듯하다.







*커터이Kathoey(레이디보이): 자웅동체. 몸은 남자인데 여성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 수술하지 않은 트랜스젠더. 키도 크고, 힘도 세고, 어깨도 넓고, 목젖이 있고, 목소리도 굵고 저음이다. 딱 봐도 남자인데 여성처럼 화장을 진하게 하거나 짧은 치마를 입기도 한다.


*톰보이(Thom Boy): 남성으로 성전환자. 남자 같은 여자.


*트랜스젠더: 태어난 성별과 스스로 인식하는 성별이 다른,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


*LGBTQ+란? <04화 '조지 워싱턴'을 발음해 보세요>를 참고해 주세요.


https://brunch.co.kr/@@gKG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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