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은 데이트하는 날
선크림 듬뿍 바르고, 챙 넓은 모자 쓰고, 어깨에 에코백을 메고, 데이트하러 간다.
오전 11시 30분, 서서히 뜨거워지기 시작하는 햇빛 속으로 걸어 나간다. 60대 중반 백발의 노신사를 만나러 간다.
우리는 매주 금요일 캠퍼스에서 만나 점심을 먹는다. 지난주 금요일에도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으며 데이트했다. 그는 넓적한 쌀국수 볶음인 팟시이유를, 나는 게살 볶음밥인 푸팟퐁 커리를 먹었다. 수박주스인 땡모반과 망고주스도 마셨다. 길거리 음식은 값이 아주 싸다. 음식 하나당 5,000원을 넘지 않는다.
목요일 밤이 되면 나는 설레기 시작한다. 내일은 무슨 음식을 먹어볼까? 요즘 많이 나오는 과일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보를 찾는다.
매주 금요일은 캠퍼스에 장이 서는 날이다. 마히돌대학교 살라야 캠퍼스 마켓 데이다.
그는 저쪽에서 오고, 나는 이쪽에서 간다. 우리는 12시 정각에 장터 중앙에서 만난다.
장 구경을 하며 서로 먹고 싶은 음식을 고른다.
오늘은 반가운 한국 김밥이 나왔다. 어떤 코너는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곳도 있었다. 그런데 김밥 코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두 줄을 샀다. 다음에는 한국식 치킨도 먹어봐야겠다.
‘팟크라파오무쌉’(간 돼지고기볶음 덮밥)과 구운 바나나, 햇대추, 찹쌀 쑥떡 쿠이차이와 찐 땅콩도 샀다.
태국은 돼지고기 요리가 다양하고 맛있다. 사람들도 돼지고기를 좋아하고 많이 먹는다.
오렌지를 그 자리에서 바로 갈아주는 싱싱한 오렌지 주스도 샀다.
우리는 음식을 가지고 나무 그늘 벤치에 앉아서 먹는다. 이곳저곳 나무 그늘과 테이블 벤치에는 음식을 먹고 있는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모습도 보인다.
한국식 김밥이라고 산 음식은 모양만 비슷했지 국적 불문의 이상한 맛에 실망하고 말았다.
태국 정부는 모든 관공서와 대학 캠퍼스 안에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씩 장이 열리도록 장소를 제공해 준다. 마히돌 대학교 파야타이 캠퍼스는 수요일과 목요일 이틀 동안 장이 서고, 살라야 캠퍼스는 금요일 하루 장이 선다. 정부에서 이렇게 지원하는 이유는 학생, 관공서 공무원, 인근에 사는 주민들과 상인들 모두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서이다.
금요일 새벽 아침 해가 떠오를 무렵, 상인들은 직접 재배한 싱싱한 채소를 가져오거나, 빵과 음식을 만들어 조그만 수레에 끌고 온다. 그리고 각자 정해진 천막에 물건을 진열하고 장사를 시작한다.
7시쯤 이른 등교를 하는 학생이나, 학교 청소를 하시는 분들이 첫 번째 손님이 된다. 아침 식사로 먹거나 점심 식사로 미리 사 간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학생들과 교직원들, 주민들로 바글바글 붐비다가 점심시간이 끝나는 두 시쯤이면 파장한다.
캠퍼스 장에는 없는 물건이 없다. 손으로 직접 만든 머리핀과 리본, 앞치마, 옷, 문방구, 그릇 같은 살림살이부터 음식, 의류, 신발, 과일, 채소, 생선 등 모든 것이 다 있다. 동네 전통 시장보다는 값이 조금 비싸다. 하지만 가깝고 편리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학교가 쉬는 날이나 방학 동안에는 장이 열리지 않는다.
방콕에 와서 금요 캠퍼스 장을 알았을 때부터 바로 단골손님이 되었다. 많이 들어봤던 솜땀을 제일 먼저 먹어봤다. 솜땀은 한국 사람들이 김치 대신 좋아하는 새콤 매콤한 그린 파파야 샐러드이다. 맛있는 생선 쁠라투 구이는 처음 먹어보았다. 이름을 알기 전까지 ‘고개 숙인 고등어’라고 불렀다. 이상하게 생선들이 모두 고개를 한쪽으로 숙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말을 들은 태국 친구가 박장대소를 하더니 그 생선의 이름을 ‘쁠라투’라고 알려주었다. 태국 사람들도 좋아해서 많이 먹는다고 한다.
태국 음식은 양이 많지 않다. 우리는 돼지고기 양념 꼬치구이인 무삥을 한 개씩 더 사 먹었다. 꼬치를 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구경 다녔다. 저녁으로 먹기 위해 매콤 새콤한 똠양꿍, 쌀국수 팟타이, 달콤한 망고 찹쌀밥 카우니아우 마무앙도 사서 에코백에 넣었다.
과일 가게 앞에서 두리안도 하나 샀다. 주인은 자주 볼 수 없는 아주 맛있는 두리안이다고 자랑했다. 껍질이 두꺼워 손질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껍질을 까서 알맹이만 가져왔다. 바로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다. 두리안은 지금이 제철이다. 칸차나부리에서 5월과 6월에 가장 많이 생산된다. 몇 년 전 먹을 기회가 있었지만 냄새가 역겨워 포기했던 과일이다. 이번 기회에 다시 두리안 먹기에 도전했고 이번에는 성공했다. 이제야 그 오묘한 맛을 알게 되었다.
두리안은 그 특이한 냄새로 처음 시도한 사람은 먹기 쉽지 않다. 방콕의 지하철에는 두리안을 가지고 탈 수 없다는 경고표시가 있다. 호텔에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독특한 냄새가 아주 강하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의 틈새 데이트가 갈수록 기대된다. 노신사는 이 더위에 굳이 손을 잡고, 하나도 무겁지 않은 에코백을 메고, 하나도 위험하지 않은 집 앞까지 나를 데려다주고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젊었을 때 못해본 데이트를 60이 넘은 나이에 하고 있다.
두리안 냄새가 향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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