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메기
오늘은 먹부림 대장정의 마지막 기록(아님)인 편식러의 소중한 한 끼의 30화를 발행하는 날이다. 오늘도 역시 하루종일 글을 안(못) 쓰고 오늘을 두 시간 남겨두고 노트북을 연다. 본래 하고 싶었던 이야기와는 달리 주로 그날 뭘 먹었는지 늘어놓는 글이 되었는데 이것도 나름 나한테는(만) 즐거운 일이고, 역시 나는 먹는 이야기를 좋아하니까 '편소한 2'를 계속 써나갈 것 같긴 하다. 따라서 편소한 1의 마지막화는 평소보다 더 의식의 흐름대로 쓸 것이다(? 헤헤).
일단 오늘 먹은 것에 대한 기억을 되짚어본다. 단호박샐러드와 어제 남긴 고구마 피자를 아침 겸 점심으로 먹었다. 근처 반찬가게에서 사 온 단호박샐러드는 각종채소와 단호박을 으깨만든 샐러드가 그득 담겨 오랜만에 채소를 많이 먹을 수 있었다. 피자 한 조각을 전자레인지에 살짝 데워 샐러드와 번갈아먹었다. 라지 사이즈의 한 조각이었으므로 먹다 보니 꽤나 배가 불러왔다. 간식으로는 두유라테와 말차쿠키를 먹고 간식 2로는 김치우동을 먹었다. 뭔가 출출해서 저녁으로 먹었는데 그 후로 쌀국수로 한 끼를 더 먹었으므로 뜻하지 않게 간식 2가 되어버렸다. 김치우동에는 잘게 썬 김치가 올라가 있었는데 이 김치의 신맛이 살짝 부족한 느낌이었다. 아주 팍 익어버린 김치를 잘게 썬 후 들기름을 충분히 두르고 팬에 달달달 볶아 올린 볶음김치라면 정말 감칠맛 있었을 텐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우동집에서 나왔다. 약 2시간 후 쌀국수를 먹으러 가게 된다. 면을 덜어서 새콤하게 절인 양파를 얹어서 먹고 있으니 주인장이 곧 주방이 마감이라며 면이나 숙주를 추가하려면 지금 하란다. 숙주를 추가하니 알맞게 데쳐서 김이 나는 숙주를 꽉꽉 눌러 담아 한 그릇 내어주는 것이 아닌가. 쌀국수에 넣어먹으라고 주신 거지만 나는 부드러운 익힌 숙주를 별 양념도 없이 집어 먹다가 그 후에는 스리라차 소스를 살짝 뿌려 먹었다.
겨울의 별미 과메기
내가 과메기를 먹을 수 있게 된 건 그렇게 역사가 깊지는 않다. 기름지고 꼬들꼬들한 식감의 과메기를 쪽파나 다시마, 알배기배추, 삭힌 깻잎, 김 등에 싸서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것에 맛을 들이게 된 건 한 친구가 과메기를 잡숴보라며 영업을 한 이후인 것 같다.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과메기에 땅콩버터를 살짝 넣어 먹으면 별미라며 홍보를 했고 갖가지 재료에 과메기를 싸서 먹다 보니 살짝 그 맛을 알아버린 것. 그 후로 겨울이 되면 한번 정도는 동네 과메기집에 가서 찬술을 기울이며 야금야금 과메기를 먹었다.
이번에는 과메기를 처음 영접한다는 친구를 데리고 갔다. 접시에 한입크기로 자른 과메기와 쪽파, 마늘, 고추, 김, 다시마, 삭힌 깻잎이 나왔다. 생각보다 금방 과메기 맛에 동화된 친구는 김에 과메기와 쪽파, 마늘, 고추를 얹어서 젓가락으로 감싸 초고추장을 듬뿍 찍어 먹었다. 오징어볶음도 곧 나왔다. 큼지막하게 썬 양파와 오징어를 고추장 양념으로 볶아 옆에는 흰 소면을 삶아 내왔다. 소면을 오징어볶음과 잘 섞은 뒤 붇기 전에 면부터 먹어준다. 달달한 고추장 양념과 쫄깃쫄깃한 오징어의 식감이 잘 어울린다. 마지막 과메기까지 미련 없이 먹어주고 탄수화물을 조금 덜 섭취한 것 같아서 2차로 베이커리 카페에 갔다. 쑥과 찰떡이 들어간 빵과 앙버터와 밤식빵을 쟁반 그득히 늘어놓고 따뜻한 허브차와 함께 입가심을 했다. 카페 창 밖으로는 낙엽이 굴러다니고 사람들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부지런히 제갈길을 간다. 내일은 좋아하는 사람들과(물론 혼자도 가능) 겨울의 별미 과메기 한번 드셔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