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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치신 Jun 09. 2024

짤리는 게 두려울 때

직장생활에서

    난 직장생활에서 정리해고 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았다. 정리해고 대상이라 말해야 하는 부서장도, 그것을 듣는 동료도 조그만 사무실에서 그 고요한 순간이 숨 막힐 것 같았다. 사실 부서장도 어찌 보면 그냥 우리와 같은 종업원일 뿐인데, 그것을 시키는 회사가 젊었던 나에게 참 가혹해 보였다. 인사에서는 ‘조건이 나쁘지 않다. 지금 받는 처우가 나중 되면 더 나빠진다'라고 사실인 듯 거짓인 듯 한 말을 건네준다. 만약 내가 부서장이었으면 그 말을 같은 부서 동료에게 할 수 있을까? 난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회사도 이해한다. 회사가 존폐위기인 것도, 그래서 경영층은 월급도 반납한다고 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래도, 만약 내가 그 소리를 듣는다면 이때까지 직장에서 보낸 시간이 한순간 허탈하고, 슬플 것 같다. 충성한 회사에 대한 배신감, 미래에 대한 두려움, 본인의 삶에 대한 상실감 등 혼재된 감정이 그분들에게 보였다. 


    그런데, 이 모습은 임원들도 별반 차이가 없더라. 임원들 역시 떠날 때 후회 없이 떠나시는 분들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퇴직 통지를 아침에 받고 오후에 아무 인사 없이 떠난 임원분들도 꽤 있었다. 충분히 박수받으며 떠나셔도 될 분들도 있었는데, 그분들 역시 무언가 아쉽고 두렵고 허탈한 것 같다.


    신문에서 어떤 기업이 정리해고를 한다고 하면, 이제 나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산다. 회사에 내 청춘을 바쳤으니 회사가 나를 책임져야 한다는 이상도, 회사가 별거야 월급 주는 또 다른 곳 가서 일하며 되는 거 아니야 하는 호기도 없다. 난 늘 말한다. 그만두라고 할 때 후회 없이 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되겠노라고. 내 그때까지 하루하루 삶을 결코 헛되지 않게 살겠노라고. 그럼 어딜 가도 무엇이든 새로 시작할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 내 단순한 정신 승리일까?


    아무리 유능했던 사장도 오너가 아니면 평생 회사를 다니지는 못 하더라. 누구나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마라. 그러니 너무 짤리는 걸 두려워도 마라. 남도 겪고 살아갔다면, 너나 나도 지나쳐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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